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금융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안과 맞물려 재정적자 우려가 증폭되고 미 국채금리도 다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은 위험선호 심리를 후퇴시킬 수 있는 만큼 증시의 회복도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디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트리플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2023년 11월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A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지 1년 반 만이다. 3대 신평사(S&P, 피치, 무디스) 중 마지막까지 미국 신용등급을 트리플A로 유지하던 무디스도 하향 조정에 나서면서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최상위 신용등급 지위를 완전히 잃게 됐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것은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지난 15일 기준 36조2200억달러(약 5경744조원)에 달한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현재 약 100%인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7년엔 약 107%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기록한 최고치(10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신용등급 결정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감세안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무디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2017년 감세법이 연장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며 “그 결과 향후 10년간 이자 비용을 제외한 기본 재정적자만 4조달러가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악화와 경기침체 우려 등도 이번 강등 결정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과 재정적자 우려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디스 발표 직후 연 4.44%선에서 4.49%로 치솟았다.
지난 4월 초 상호관세안 발표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유예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진정세를 보이던 금리는 지난 12일 미·중 간 관세인하 합의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다시 상승 추세였는데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이 흐름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재정적자가 더 불어나고 감세안 추진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SNS를 통해 “대다수의 의견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빨리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하를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미국과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까지 겹쳐 코스피의 불안감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피가 단기 상승을 마무리하거나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