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량의 무려 88.5% 차지
닭고기 수입선 사실상 ‘올스톱’
국내산 수급난에 ‘엎친 데 덮친 격’
닭고기 수입선 사실상 ‘올스톱’
국내산 수급난에 ‘엎친 데 덮친 격’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서 치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이상기온 현상으로 닭고기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치킨값 3만원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부터 브라질산 종란(병아리 부화용 계란), 식용란, 초생추(병아리), 가금육 및 관련 생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브라질 종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15일 선적분부터 적용된다. 금지 전 14일(5월 1일) 이후 선적된 물량은 HPAI 검사를 거쳐 반입 여부를 결정한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내 수입 물량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닭고기 수입량 5만1147t 가운데 88.4%(4만5211t)가 브라질산이다. 2023년(84.2%)과 지난해(85.7%)에도 대부분을 브라질에서 수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해 닭고기 수입선이 사실상 ‘올스톱’된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산 닭고기 수급 상황도 확 줄어든 상황에서 치킨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1~4월 육계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굽네치킨과 푸라닥은 지난 2월부터 순살 부위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일부 제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허니콤보’ 등 부분육이 주력인 교촌치킨도 날개·다리 등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한 도계량(도축수량) 감소, 이상기온, 경남·경북 산불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졌다. 공급망 다변화와 메뉴 재정비로 대응하고 있지만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HPAI가 발생한 지역은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의 상업용 양계장이다. 세계 1위 닭고기 수출국이자 2위 생산국인 브라질의 상업 농장에서 HPAI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역은 산타카타리나·파라나와 함께 브라질의 닭고기 핵심 생산지다. 다른 국가도 닭고기 수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칠레·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도 당분간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말 심각한 달걀 수급난으로 인해 브라질산 수입을 크게 늘린 미국은 타격이 큰 상황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 지난달 전년 대비 5.3% 오른 국내 치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종란 생육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다음 달 말부터는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