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시장 커지면서 원산지 표기 논란도 증가
“인력 부족한데 메뉴 개발만 신경 쓰는 탓”
“소비자 혼동은 인정하지만”
“고의성 없으면 법원은 무죄 판결 내리는 경우 많아”
이 기사는 2025년 5월 18일 오전 5시 53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원산지 표기 논란도 늘고 있다. 통상 원산지 표기 문제는 민원을 통해 수사가 시작되는데 법원 판단까지 올라갈 경우 최종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증가했다.
18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통신판매 원산지 표시 단속을 실시한 결과, 67곳의 위반업체를 적발했다. 외국산 원료로 만든 제품을 국내산으로 표시하는 등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위반 사례로는 ▲중국산 팥을 원료로 제조한 떡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한 경우 ▲호주산 소고기를 원료로 제조한 식육추출가공품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해 소비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 ▲중국산 마늘의 원산지를 중개사이트에 미표시한 경우 등이 있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원산지 표기 논란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가정 H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점을 꼽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 HMR 시장은 2018년 3조2000억원에서 2023년 7조원으로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는데 HMR 업체의 체계나 인력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원산지 표기 문제에서 실수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은 음식점 이름이나 인기 쉐프의 이름을 내걸고 HMR을 개발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몰 마케팅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HMR 업계 관계자는 “중소 식품기업은 연봉이나 복지 수준이 좋지 않아 인력이 빈번하게 교체된다”면서 “온라인 쇼핑몰 광고 문구를 담당하는 인원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의 ‘덮죽 논란’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덮죽을 판매하면서 “국내산 다시마, 새우, 멸치를 사용해 만든 특제 비법 죽육수”라고 쓴 부분과 “덮죽 토핑의 화룡점정, 자연산 새우”라고 쓴 부분이 문제였다. 제품 포장 뒷면에는 베트남 새우로 표기돼 있었던 탓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육수와 토핑의 원산지가 달랐다. 토핑은 베트남산, 육수는 국내산이었고 자연산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직원 실수였다. 잘못했다. 바로 시정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은 법적 책임을 논하는 과정에서 참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고의성이 없는 원산지 표기 누락 사건의 경우 최종 무죄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판결도 여러 건이 있다. 식품법률연구소에 따르면 황태세트를 판매하는 A회사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판매 사이트에 ‘국내산 진부령 황태포 선물세트’라고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러시아산을 사용했다는 원산지 표기 논란을 휩싸였지만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A회사의 판매 상품 상세정보란에는 러시아산, 국내가공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었지만 소비자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원으로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했고, 이 회사는 유죄 취지로 송치된 후 약식 기소됐다.
다만 법원은 기존 디자인 담당 직원이 퇴사하면서 신규 직원이 맡은 정황이 명확하고, 스스로 업무 미숙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판매사이트를 총괄 담당하는 직원이 고의로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무죄 판단에 참작됐다.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소장(변호사)은 “대다수 표시 위반 사건이 이런 과정을 보인다. 식품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낸 적이 많다”고 했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기 논란도 비슷한 법원 판결이 많았다. 대전의 한 음식점 사례가 그렇다. 이 식당주는 2020년 2월부터 1월까지 돼지고기와 육류 가공품인 스팸을 활용해 메뉴를 만들어 팔았는데, 원산지 표기판에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만 기입했다.
검찰은 이를 원산지 거짓 표시로 보고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식재료로 사용하는 생고기인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그렇게 표시했을 뿐이고 스팸의 원료를 국내산으로 속일 이유가 없으므로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가 최근 원산지 표기 문제로 민원이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법적 다툼 끝에는 무죄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의적이 아니었고 미필적이었다는 부분이 잘 입증될 경우는 그렇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한데 메뉴 개발만 신경 쓰는 탓”
“소비자 혼동은 인정하지만”
“고의성 없으면 법원은 무죄 판결 내리는 경우 많아”
이 기사는 2025년 5월 18일 오전 5시 53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원산지 표기 논란도 늘고 있다. 통상 원산지 표기 문제는 민원을 통해 수사가 시작되는데 법원 판단까지 올라갈 경우 최종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증가했다.
18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통신판매 원산지 표시 단속을 실시한 결과, 67곳의 위반업체를 적발했다. 외국산 원료로 만든 제품을 국내산으로 표시하는 등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위반 사례로는 ▲중국산 팥을 원료로 제조한 떡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한 경우 ▲호주산 소고기를 원료로 제조한 식육추출가공품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해 소비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 ▲중국산 마늘의 원산지를 중개사이트에 미표시한 경우 등이 있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원산지 표기 논란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가정 H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점을 꼽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 HMR 시장은 2018년 3조2000억원에서 2023년 7조원으로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는데 HMR 업체의 체계나 인력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원산지 표기 문제에서 실수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은 음식점 이름이나 인기 쉐프의 이름을 내걸고 HMR을 개발하면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몰 마케팅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HMR 업계 관계자는 “중소 식품기업은 연봉이나 복지 수준이 좋지 않아 인력이 빈번하게 교체된다”면서 “온라인 쇼핑몰 광고 문구를 담당하는 인원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더본코리아의 ‘덮죽’ 광고 문구 변경 전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의 ‘덮죽 논란’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덮죽을 판매하면서 “국내산 다시마, 새우, 멸치를 사용해 만든 특제 비법 죽육수”라고 쓴 부분과 “덮죽 토핑의 화룡점정, 자연산 새우”라고 쓴 부분이 문제였다. 제품 포장 뒷면에는 베트남 새우로 표기돼 있었던 탓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육수와 토핑의 원산지가 달랐다. 토핑은 베트남산, 육수는 국내산이었고 자연산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직원 실수였다. 잘못했다. 바로 시정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은 법적 책임을 논하는 과정에서 참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고의성이 없는 원산지 표기 누락 사건의 경우 최종 무죄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슷한 판결도 여러 건이 있다. 식품법률연구소에 따르면 황태세트를 판매하는 A회사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판매 사이트에 ‘국내산 진부령 황태포 선물세트’라고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러시아산을 사용했다는 원산지 표기 논란을 휩싸였지만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A회사의 판매 상품 상세정보란에는 러시아산, 국내가공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었지만 소비자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민원으로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했고, 이 회사는 유죄 취지로 송치된 후 약식 기소됐다.
다만 법원은 기존 디자인 담당 직원이 퇴사하면서 신규 직원이 맡은 정황이 명확하고, 스스로 업무 미숙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했다. 판매사이트를 총괄 담당하는 직원이 고의로 이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무죄 판단에 참작됐다.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소장(변호사)은 “대다수 표시 위반 사건이 이런 과정을 보인다. 식품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낸 적이 많다”고 했다.
음식점의 원산지 표기 논란도 비슷한 법원 판결이 많았다. 대전의 한 음식점 사례가 그렇다. 이 식당주는 2020년 2월부터 1월까지 돼지고기와 육류 가공품인 스팸을 활용해 메뉴를 만들어 팔았는데, 원산지 표기판에는 원산지를 ‘국내산’으로만 기입했다.
검찰은 이를 원산지 거짓 표시로 보고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식재료로 사용하는 생고기인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있어 그렇게 표시했을 뿐이고 스팸의 원료를 국내산으로 속일 이유가 없으므로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가 최근 원산지 표기 문제로 민원이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법적 다툼 끝에는 무죄로 결론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의적이 아니었고 미필적이었다는 부분이 잘 입증될 경우는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