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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관세전쟁 임시휴전②]



질주하던 미국 경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트럼프 정부가 밀어붙인 관세 폭탄이 오히려 무역적자를 키우며 부메랑이 됐다. 관세 공포에 빠진 미국 기업들은 관세 부과 전 재고를 쌓았고 수입이 급증하자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월가는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춰 잡았고 이대로라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았다.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GDP 3분의 2가 소비로 돌아간다. 이대로라면 미국 경제가 당장 올해 여름부터 본격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중국도 암울한 상황이다. 경기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놓였다. 양국 모두 출구전략이 절실했다. 서로를 향해 ‘으름장’을 놓던 양국이 극적인 ‘대타협’에 나선 배경이다.
1. 미국 1분기 GDP 코로나19 이후 첫 ‘뒷걸음질’
미국 기업이 수입산 제품에 대한 재고를 쌓으면서 1분기 미국 GDP가 뒷걸음질 쳤다./연합뉴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GDP가 지난해 4분기 대비 0.3%(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2.4%)과 비교해 급감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0.4% 증가)에도 크게 못 미쳤다.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품이 크게 늘면서 경제성장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올해 1분기 미국 수입액은 41.3% 급증했다. 특히 상품 수입액은 전분기 대비 50.9%나 늘었다. 해외에서 원자재나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세금을 피하고자 수입품 재고 물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 부과에 앞서 기업들이 미래의 수요를 미리 빌리고 있다”며 “이러한 ‘공황 구매’가 성장률 저하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은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 순수출액이 감소해 전체 GDP가 줄어든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1분기 미국 GDP에서 순수출액은 전분기 대비 4.83% 급감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미국이 생산하고 중국이 소비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목표에 정면으로 어긋난 것이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세도 컸다. 1분기 미국 소비자 지출은 전분기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2023년 1분기(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실질 GDP 감소 원인은 수입 증가, 소비 지출 감소, 정부 지출 감소 등이다”라고 밝혔다.

관세로 인한 효과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재고를 쌓았던 기업들의 수입이 정상화되면서 관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최소 지난 10년 사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관세 수입액을 벌어들였다. 4월부터 전면 시행된 10% 기본관세가 바로 반영된 결과다. 다만 관세 수입 증가가 정부 재정엔 미미하지만 미국 경제 전반엔 더 큰 부담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지난 4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 종료 후 대규모 관세를 실제로 적용하면 미국 경제성장은 사실상 멈추고 실업률은 4.2%에서 5% 이상으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기둔화가 심각해져 침체 우려로 이어지면 지금보다 더 빠르고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 경제성장률 낮춰 잡은 월가
관세정책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기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60%로 전망했다. 제네바 합의 이후 45%로 줄였으며 앞서 경기침체 확률을 75%로 전망했던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전망치를 50%로 수정했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당초 45%에서 35%로 낮췄다.

다만 성장 둔화나 인플레이션은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영국과의 협정, 중국과의 제네바 협상 결과를 반영하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직전 21.3%에서 13.7%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인 2.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191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5월 13일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월 대비 0.2% 올라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3월(-0.1%)보다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22일 발표에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월 전망보다 0.9%포인트 낮은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 ‘불확실성’ 9000번 언급한 미국 기업들
블룸버그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불확실성'이었다./연합뉴스

관세 영향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9000회 이상 등장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보다도 많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은 관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 중 하나다.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차량에 25% 관세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또 수입 자동차부품에도 별도 관세가 부과되며 미국 내 공장 생산에도 타격을 받았다. GM은 관세로 인해 올해 이익이 최대 50억 달러(약 7조33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자동차도 관세정책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약 15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도 관세로 인해 1억7500만 달러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對中) 수출통제 조치로 반도체 업계 피해도 클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4월 H20 칩의 중국 수출이 막히며 이번 분기 55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MD는 5월 6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당 정책으로 인해 연간 15억 달러의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4. 결혼·출산도 미룬다는 미국 소비자
민심은 악화했다. 블룸버그 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이 1년 뒤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이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와 고용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미래 가계 상황에 대한 인식도 악화했다. 3분의 1 이상의 가구가 지금보다 1년 후 가계 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체감물가가 높아지자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이 내집 마련, 결혼·출산과 같은 주요 인생 계획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매체 가디언이 2102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인의 65%는 올해 초와 비교해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했고 절반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식료품(78%)이나 청구서·필수품(60%)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과 육아 비용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모차·카시트 등 유아용품 중 70% 이상이 중국산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 폭탄을 부과한 뒤 부모들의 원성이 높았다.

중국산 저가상품 역시 가격이 치솟았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쉬인에서 미국에 판매하는 키친타월 10개 세트 가격은 1.28달러에서 6.1달러로 하루 만에 무려 5배가량 급등했다.

미국이 높은 관세를 이어가기 힘든 이유는 미국 수입 시장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가 펴낸 ‘미국의 중국산 수입대체 가능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중국산 상품 총수입액 중 36.2%(약 1580억 달러)에 해당하는 품목들은 미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여기에는 전화기·장난감·축전지·비디오게임·플라스틱용품·전기 난방기구·오락용품 등 소비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JP모간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단기적으로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다. 미 소비자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가격 상승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5. 협상테이블에 등장한 중국 공안부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USTR 엑스 공식 계정

미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둔 중국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몇 년째 내수소비를 촉진하고자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고용 불안이 투자와 소비를 저해하고 있다. 높아진 무역장벽으로 외부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23년부터 대학 재학생은 실업률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데도 여전히 2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 시작된 4월 들어서는 중국의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50.5)보다 1.5포인트 떨어진 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 예상치인 49.8을 밑도는 수치이며 202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협상이 트럼프의 ‘판정패’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상 무승부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중국 ‘공안부’가 협상테이블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마약단속국(DEA) 고위 인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공안부는 국가 치안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로 무역 협상 실무선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협상테이블에서 공안부의 참석은 중국이 자국 내 펜타닐 생산·유통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신호로 해석된다”며 “미국이 중국산 펜타닐을 문제 삼으며 20% 관세를 매긴 내용에 대해 중국 측이 받아들이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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