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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가 스테인리스망 안에 든 먹이를 꺼내 먹거나(왼쪽) 퍼즐을 갖고 놀고 있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제공


지난달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광복이'(수컷·16세)와 '관순이'(암컷·14세)
를 만나고 왔다. 3년 전 서울대공원이 10년 넘게 기르던 이들을 쇼를 하는 인도네시아 동물원에 보내려 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실을 처음 보도(
2022년 3월 15일
)한 후 그해 반출이 철회된 바 있어 나로서는 인연이 깊다고 느끼고 있다.

대공원이 비전시 공간에만 지내게 하던 이들을 지난해 7월부터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들을 실내 사육장 안에서 본 첫 느낌은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였다. 침팬지를 외부 사육장에서 거리를 두고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광복이는 관람객이 있으면 달려와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는 행동
을 보여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담당 사육사는 이 같은 행동에는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과시 행동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광복이와 관순이를 보고 놀란 점이 또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촘촘한 스테인리스망에 들어 있는 큼지막한 사과
는 어떻게 해도 꺼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놀이용으로 준 것인가 생각하던 차 광복이는
손가락으로 사과를 파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30분 만에 전부 꺼내 먹었다
. 관순이는 좀 더 찾기 쉬운 음식을 먹고 나서야 사과가 들어 있는 스테인리스망으로 옮겨 갔다.
"나보다 똑똑하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유인원 사육장에서 침팬지 광복이가 음식을 손가락으로 꺼내고 있다. 강예진 기자


광복이는 손가락을 이용해 커다란 사과를 30분 만에 꺼내 먹었다. 강예진 기자


광복이와 관순이 모두
엄마 침팬지의 양육 포기 때문에, 사람 손에 길러졌지만
성격에는 차이가 있었다. 둘다 관람객에게 노출된 적이 없지만
관순이
다른 오랑우탄들
과의 생활을 통해 그나마 사회성을 길렀다. 반면
광복이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고 부족한 사회성은 과시 행동
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광복이와 관순이의 공간 이동 등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 위한 하나의 과정
이다. 부모와 자녀 4마리로 구성된 침팬지 무리와 합사를 성공하게 되면 무리 생활을 하는 침팬지의 습성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 또 지금 지내는 실내 사육장과 비공개 실외 사육장이 아닌 침팬지 타워가 있는 보다 넓은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공원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가 사육장 밖을 내다보고 있다. 유리에는 침팬지가 두드릴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고은경 기자


서울대공원 유인원 사육장에서 침팬지 관순이가 음식을 먹고 있다. 관순이는 음식을 사육장 바로 앞에 나란히 늘어놓고 기자를 구경하듯 식사를 했다. 강예진 기자


서울대공원 침팬지 사육장에서 침팬지 무리가 침팬지 타워를 오르고 있다. 광복이와 관순이가 이 무리와 합사하게 되면 침팬지 타워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강예진 기자


하지만 합사 과정 자체도 험난해 사실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합사가 이뤄질 경우 관람객에게 노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지금부터 관람객 시선 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관순이와 다른 무리의 리더인 용용이는 얼굴 익히기도 시도하고 있다.

광복이와 관순이는
그저 두 마리의 침팬지가 아니다
. 이들은 대공원이 동물원
동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
을 만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 시민들이 이제는
반려동물뿐만이 아니라 전시동물, 야생동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영장류를 가둬 기르는 게 얼마나 이들에게 잔인한 일인지, 이들을 위한
인간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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