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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오전 재판 종료 후 식사를 위해 나서다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매주 월요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선 12·3 불법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전국 법정 중 대법원 대법정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다음으로 큰 이곳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도 거쳐 간 장소다.

경향신문은 이 역사적인 재판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을 둘러싸고 나오는 법정 공방을 매주 연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장관 등 전·현직 군경 관계자들의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역군사법원의 재판 과정을 기록해, 전 국민을 혼돈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2024년 12월3일 ‘계엄의 밤’을 재구성한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에는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바짝 깎은 머리에 군복 차림을 하고 재판정에 성큼성큼 들어선 오 대위는 증인 선서를 하기에 앞서 재판부에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다. “발언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 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증언에 기밀 사항 등이 있지 않은 이상 비공개 전환이 어렵다고 밝히자, 오 대위는 증인석에 앉은 뒤 5시간여에 걸쳐 그날 밤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오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진우 당시 수방사령관과 함께 국회에 출동해, 같은 차 안에서 대기했다. 그는 당시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고,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 전 사령관에게 윤 전 대통령이 수차례 전화해 “국회에 진입해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가 처음부터 이 같은 내용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오 대위는 1차 조사에선 “워낙 많은 사람이 관여된 사건이라 내가 진술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진술이라 불이익을 얻을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대응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국회 출동해 대기한 군인 “비화폰에 ‘대통령님’ 떠 있었다…목소리도 들려”

검찰이 “지난해 12월18일 처음 군검찰 조사에선 진술하지 않았던 피고인(윤석열)과 이진우의 통화 기록을, 20일 두 번째 조사 때 진술했다. 처음에는 안 하고 두 번째에 진술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오 대위는 이렇게 답했다.

“그전까지는 피고인께서 법리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고, 책임을 다 지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석동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피고인을 대신해 의견을 낸 뉴스를 보고, 제가 하는 사실과 다른 걸 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진술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19일 윤 전 대통령 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는 외신과 내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법률가이니 체포해라, 끌어내라 이런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서 국회가 2~3시간만에 계엄해제를 했고 그만두라고 그만두는 내란이 어디 있냐는 생각을 하시고 있다”고도 했다.

1999년생, 이제 만 25세인 오 전 부관은 그 기자회견을 보면서 “생각과 많이 달라서 당황했고,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고 했다. 법정에서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네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피고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이유를 묻자 오 전 부관은 “언론 매체 등을 통해 들은 목소리였다”고 말문을 뗐다.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건 아니었는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 전화가 왔을 때 이진우 (전)사령관이 김용현 (전)장관과 통화 중이어서 저에게 안보폰(군용 비화폰)을 줬는데 거기 ‘대통령님’이라고 떠 있었습니다. 제가 그걸 가지고 있다가 ‘대통령님입니다’ 하고 사령관에게 돌려드려서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그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첫 번째 통화부터 상황을 물어보며 국회 진입을 채근했다.

“첫 번째 통화에선 피고인이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봤습니다. 수방사 병력이 도착했는데 모든 문이 막혀 있어서 사령관이 담을 넘어 들어가라고 지시했다고 피고인에게 보고했습니다. 두 번째 통화에서도 사령관이 ‘아직 못 들어갔다’고 하자, 피고인이 ‘네 명이 한 명씩 둘러업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병력이 들어가서 본회의장 안의 사람들을 가마 태우듯 업고 나오는 이미지로 연상됐습니다.”

이후로 이어진 통화에서는 더욱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오 대위는 세 번째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 전 사령관이 충격을 받은 듯 대답을 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이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네 번째 통화에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 해제돼도 내가 두 번, 세 번 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총을 허공에 ‘팡팡’ 쏴서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을 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연상됐습니다. 그걸 들었을 때 ‘이건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번째 통화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안 통과 이후 5분 내에 이뤄졌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은 조각조각 기억납니다.

피고인이 ‘실제로 (의원들) 190명이 나왔는지는 확인도 안 되니까 계속 진입을 시도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계엄 선포 전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는 식의 얘기도 했습니다. 수방사 병력은 총을 안 가지고 들어간 상황이었는데, 그때 ‘대통령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인단 압박 질문에 “무슨 질문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반박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앞으로 시민들이 몰려들어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검찰의 주신문 뒤로 이어진 반대신문에선 변호인단이 오 대위의 증언을 문장 하나하나씩 따졌다. 오 대위는 변호인단의 집요한 압박, 회유성 질문에도 “제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며 또박또박 반박했다. 변호인단이 오 대위의 증언을 흔들기 위해 같은 것을 재차 묻자, “무슨 질문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스피커폰도 아닌데 차 안에서 어떻게 통화 내용을 상세히 들었느냐” “평소에 통화를 많이 한 수방사 관련자들 목소리는 못 알아들었는데, 피고인 목소리만 알아들었다는 게 이상하다”는 취지로 공격했다. 그러자 오대위는 이렇게 말했다.

“사령관이 건네준 비화폰 화면에 정확히 ‘대통령님’ 네 글자가 떠 있었습니다. 다른 통화 상대방 목소리는 산발적으로 들렸는데, 대통령 전화는 잘 받기 위해 사령관이 소리를 크게 키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증인은 비약하고 있다. 수시로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에서, 상대방 전화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디테일하게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지적엔 이렇게 딱 잘라 말했다.

“육군 중위가 대통령 전화를 듣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통화 내용을 듣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제가 진술한 것입니다. 당시 현장에서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것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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