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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북한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병종별 전술종합훈련’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당시 가장 우려됐던 점 중 하나는 '현대전 경험 축적'이었습니다. 북한군이 전장 곳곳에서 전술 경험과 각종 무기의 실전 성능 데이터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베트남전 참전 이후로 실전 경험이 없는 우리 군 입장에선, 현대전에 능수능란한 북한군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공개한 '조선인민군 병종별 전술종합훈련' 사진들을 보면 이같은 북한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통신은 전날(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특수작전구분대(특수부대)들의 전술종합훈련, 시범화력협동훈련 등을 참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에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쌓은 실전 경험들을 전군에 전파하고 있는 듯한 정황이 발견됩니다.

지난 13일 북한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 병사들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쿼드롭터'·'길리슈트' 북한군의 진화

가장 눈에 띈 건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 큰 타격을 입힌 드론을 전술훈련에 도입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병사가 드론을 조종하고 그 주위를 4~5명의 군인이 엄호하는 형태로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사진입니다. 사진에 등장한 드론은 '쿼드콥터(회전날개 4개를 이용해 뜨고 추진하는 멀티콥터의 일종)' 형태의 드론인데, 폭탄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에서 드론 제작·조종법을 전수한 북한이 실제 전술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제 특수작전군 훈련에서 드론 운용이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최근 공개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교전, 러시아 군과 합동 훈련 장면 등과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유사성이 높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 길리슈트를 입은 북한군의 모습

북한이 길리슈트(위장복)를 입은 저격병의 모습을 공개한 것도 드론 전투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활용하는 드론의 경우 길리슈트 복장을 하면 발각될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실전에서 익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단순 '위장' 뿐 아니라, '열차단' 소재까지 활용했다면 열화상 기술을 이용하는 드론까지 따돌릴 수 있어 길리슈트의 은폐 효과는 더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김 위원장이 길리슈트를 입은 특수부대원을 유심히 살펴보는 사진을 공개한 바 있는데, 그만큼 길리슈트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4일 김정은 위원장이 길리슈트를 입은 북한군 병사를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 파병 부대 콕 찝어 '만능 대대'

이번 훈련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이 내놓은 성명을 보면 의도를 좀 더 뚜렷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과학적 전투훈련체계 수립을 강조하면서 "우리 혁명무력이 맡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전선은 반제계급전선이고 가장 사활적인 임무는 전쟁준비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제계급전선'은 '반미(反美)' 내지 반 서방진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대적으로는 러시아, 중국 등 반미 진영 국가들과의 연대를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면서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읽혀집니다.

또 주목할 표현은 '만능 대대'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한 겁니다. 북한매체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보이는데, 조선중앙통신은 "특수작전무력을 만능병종화, 만능전문병화할 데 대한 당의 군사전략적 구상을 관철하자면 만능대대 기준을 돌파하기 위한 혁명적인 운동을 힘있게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썼습니다. 적진 침투와 돌파, 드론전 등 다양한 방식의 작전이 가능한, 북한군이 추구하는 새로운 부대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 11군단 부대원들과 기념사진 찍는 김정은 위원장

특히, 통신은 "김 위원장이 만능대대 기준 자격을 돌파한 조선인민군 제11군단관하 구분대 전투원들을 만나시고 뜨겁게 격려해주시며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어주시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11군단'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폭풍군단'입니다. 러시아에서 다수의 사상자를 냈지만,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상당한 전투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이 부대를 콕 찝어 치켜세운 건 파병의 공로를 치하하고 이 부대의 전투 능력을 북한군이 본받아야 할 모범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읽혀집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만능 대대 기준 돌파'라는 새로운 단어로 전투 준비 태세가 잘 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과 한국에 압박을 가하려고 하는 의도"라면서 "본인들이 제시한 목표와 과제들이 순조롭게 이행이 되고 있고, 대내외적 환경도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 북한의 자신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신형 구축함 또 건조…동해 배치 의미는?

북한의 해군이 전력을 더 확대하는 모습도 최근 포착됐습니다.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5,000톤급 신형 다목적구축함이 새로 건조 중이 사진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 넘어'를 통해 보도된 겁니다. 이 매체는 해당 구축함이 다양한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수직발사장치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짚어볼 두가지 포인트는 ① 해당 구축함이 북한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최현호'와 동급으로 평가된다는 점, ② 동해안 항구도시 청진에서 발견됐다는 점입니다. 최현호의 진수식은 북한 서해안의 최대 조선소인 남포조선소에서 열렸었습니다. 지난달 '최현호' 진수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 구축함을 "동해함대 장병들"이 운용하게 될 거라 말했는데,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이 말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서해에 있는 군함을 동해로 옮기려면 한반도를 빙 둘러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거였습니다.

지난 12일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포착된 북한의 신형 구축함 [KBS 보도 캡쳐]

하지만 이번에 청진항에서 새 구축함이 발견되면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된 듯 합니다. 기존에 공개된 최현호는 서해에, 이번에 청진에서 포착된 구축함은 동해에 분산 배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신형 구축함 건조가 여기서 그치치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군의 함정은 기본적으로 '3직제 운용'입니다. 군함 한 척은 작전, 다른 한 척은 정비, 남은 한 척은 교육 훈련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최소 3척이 있어야 1척 구실을 할 수 있다는 현대 해군의 기본 교리에 따르면, 북한이 꿈꾸는 '원양작전 함대'도 이런 편제를 꾸리려 할 거로 예상됩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해군이 유사 기종을 복수로 운용하면서 한 대는 정비, 다른 한 대는 감시 등에 활용하는 등 작전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라면서 "신형 구축함의 동해 배치는 북한 해군의 원양 작전, 러시아와 연계 훈련을 더 용이하게 하는 면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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