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과 검은색, 갈색의 풍성하고 귀여운 색상의 털이 섞인 삼색 고양이. 예민하지만 다정한 성격으로 주인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삼색 고양이에게 어떻게 세 가지의 색깔이 뒤섞여 나오는지, 최근 일본의 한 연구팀이 삼색 고양이의 털 색깔을 결정짓는 유전자를 확인해 국제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하면서 궁금했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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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수컷 삼색 고양이
미국에서는 캘리코(calico cat), 영국에서는 톨티 앤 화이트(Tortie and white)로 불리는 삼색 고양이는 대체로 암컷입니다.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날 확률은 3천 마리 가운데 1마리 정도로 매우 희귀합니다. 그 희귀성 때문에 삼색 고양이가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도 있고요. 수컷 삼색 고양이는 분양 가격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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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명: 고양이 애호 연구팀
대다수가 암컷인 삼색 고양이는 지금까지 성염색체인 X염색체와 연관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졌었는데요. 일본 규슈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삼색 고양이의 털 색을 발현하는 메커니즘 규명했습니다. 사사키 히로유키(Hiroyuki Sasaki) 석좌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팀의 이름은 '고양이 애호 연구자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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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발현의 비밀은 X염색체에 있는 'ARHGAP36' 유전자
연구팀은 먼저 후쿠오카 시내 동물병원이 진료 과정에서 채취한 고양이 18마리의 시료를 분석했습니다. 추가로 50마리 이상의 삼색 고양이를 조사했고, 미국의 고양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도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삼색 고양이의 특정 유전자에서 일부 조각이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성별을 결정하는 염색체 중 X염색체에 있는 'ARHGAP36' 유전자로, 삼색고양이의 경우 이 유전자에서 5천여 개의 염기쌍이 부족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X염색체의 유전자에서 5천여 개 염기쌍의 결함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멜라닌 색소 생성이 억제됩니다. 유전자가 정상일 경우 털이 검게 나는데, 염기쌍의 결함으로 갈색 색소가 많은 주황색 털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성염색체 하나당 하나의 'ARHGAP36' 유전자가 활동하게 되는데, X염색체가 두 개인 암컷의 경우는 어떤 부분엔 결함이 있는 유전자가, 어떤 부분엔 정상 유전자가 활동을 하면서 검은색과 주황색의 털색이 섞인 삼색 고양이가 나오게 됩니다. 반면 수컷 고양이는 X염색체가 하나뿐이어서 주황색 아니면 검은색으로 한가지 색만 발현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수컷 삼색 고양이의 희귀성의 비밀이 밝혀진 것이죠.
수컷 삼색 고양이는 희귀하지만 대부분 불임이고, 유전적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규슈대 연구팀은 왜 'ARHGAP36' 유전자에서 염기 부족이 발생하는 것인지, 심층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