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앵커]

1961년 11월 제정돼 지금은 없어진 '윤락행위 방지법'이란 게 있습니다.

제7조를 보면 국가가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선도보호 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딱 봐서 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호객 행위를 했다', '미군과 결혼 준비를 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단속하기도 했습니다.

제8조엔 이들에게 자립 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직업보도시설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에 서른 곳 넘게 있었고, 1980년대까지 많게는 만3천 명이 수용됐습니다.

감금과 폭행은 물론,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보장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법원은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강제 수용됐던 여성들이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37명이 숨진 경기여자기술학원 사건.

인권 유린이 이뤄진 직업보도시설은 여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975년 여름 당시 17살 나이에 미군 클럽에서 일하던 A 씨, 어느 날 누군지도 모르는 남성들에게 납치당해 인천 협성여자기술양성원으로 끌려갔습니다.

툭하면 기합을 받거나 모진 매질을 당했습니다.

[1975년 협성여자기술양성원 수용 피해자 : "죽은 피가 발 밑으로 막 다 내려와 가지고, 약이라고는 안티푸라민 그거 한 가지밖에 없어."]

갇힌 상태에서 식사는 파리가 날리는 보리밥과 짠 무.

도망은 꿈도 못 꿨습니다.

[1975년 협성여자기술양성원 수용 피해자 : "한 애가 없어진 거야. 찾다 보니까 걔가 (탈출 시도 하려고) 그 밑으로 뛰어내린 거야, 그 (재래식) 화장실 안으로."]

같은 해 18살이었던 B 씨는 지인을 만나러 오산 미군기지에 갔다 붙잡혀 평택여자기술양성원으로 끌려갔습니다.

[1975년 평택여자기술양성원 수용 피해자/음성변조 : "내가 있던 곳 여기가. 문도 잠글 수 있고."]

이유도 모른 채 6개월간 갇혀 다니던 고교 졸업도 못했습니다.

[1975년 평택여자기술양성원 수용 피해자/음성변조 : "우리 딸 내보내 달라고 얘 가서 고등학교 졸업을 해야 하는데…. 부모가 책임을 진다고 그래도 안 내보내 줘요."]

진실화해위원회의 사과 권고에도 정부는 재판 기간 책임의 주체는 국가가 아닌 지자체이며, 피해자 진술을 객관적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대한민국이 피해자 12명에게 각각 최대 2억 4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1975년 협성여자기술양성원 수용 피해자 : "그 시절에 우리가 억울한 인생을 살았으니까, 거기에 대한 사과라든지 그런 거를 좀 해 줬으면…."]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이근희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441 젤렌스키도 '이스탄불 회담' 불참…고위급 회담은 열릴 듯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40 "어? 메시지 쓰고 있네?"…카카오톡에서도 메시지 입력 상태 보여준다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9 몇 시간 주무세요? 수면 부족 ‘3일’이면 심장 망가진답니다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8 사법부 공격, 이재명 방탄입법 이어가는 민주…선대위원장 말도 ‘패스’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7 검찰, 이승기 장인 등 13명 기소…코스닥 상장사 3곳 연달아 주가조작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6 뉴욕증시, 급등 후 숨고르기…일제히 하락 출발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5 마일리지 통합 전 소진 이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용처 확대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4 황정음, 회삿돈 횡령해 42억원 코인 투자…"심려 끼쳐 죄송"(종합)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3 'MB계' 이재오, 친명계와 만찬 "단순 사제지간·선후배 모임"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2 머스크의 AI 챗봇 그록, '야구 선수 연봉' 묻자 엉뚱한 답변... 논란 이유는?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1 김용태 “윤 전 대통령에 탈당 권고드릴 것”…국힘 최연소 수장의 ‘미지근’한 취임 일성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30 트럼프 2기 행정부도 北여행금지 유지…내년 8월까지 연장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9 "아내가 밥도 안 줘" "쓰레기 소리 들어"…전한길, 결국 한국사 강사 은퇴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8 김용태, 김건희 검찰 소환 불응에 “수사에 성역 없어야”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7 [Today’s PICK] 내수에 발목 잡힌 식품? 삼양식품·오리온 빛났다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6 “코로나 거치면서 대중의 과학화 이뤄진 걸 보고 기뻤죠”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5 제이미 다이먼 “美 침체 가능성 아직 반반”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4 한화 ‘먹거리’ 늘어난다…급식 판 바꾸는 아워홈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3 [사설] 판사 술 접대 의혹...민주당, 증거 내놓고 법원은 신속 규명을 new 랭크뉴스 2025.05.16
48422 경찰, 손흥민에 “임신했다” 협박한 일당 구속영장 신청 new 랭크뉴스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