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사건 재판이 끝난 뒤, 서울중앙지법.
재판 모니터링을 끝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활동가들이 법원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뒤쪽을 보니, 마스크를 쓰고 양손으로 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남성이 같이 찍혔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뒤에 남자가 서성여서 마스크 낀 남자가… '왜 저렇게 앵글에서 안 나와' 뭐 이러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사진 찍고 내려가는데, 한 번 더 찍자 하고 이렇게 셀카를 찍으려고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사진에 나오자 자리를 바꿔 다시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 사진 속 남성이 갑자기 임 소장에게 다가왔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그 남성분이 저희보다 더 빨리 좀 내려오더니 반대로 올라오는 방향으로 와서는 손을 내밀면서 '제가 사진 찍어 드릴까요?' 이렇게 하는 거예요. 보니깐 지귀연 재판장이더라고요."
임 소장 일행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한 남성은 다름 아닌 내란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였던 겁니다.
마스크 너머로 얼굴을 알아본 임 소장은 순간 황당함에 얼굴이 굳었고,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과 '비공개 재판' 등을 주도한 지 판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너무 황당해서… 제가 얼굴이 좀 이렇게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냥 가시죠, 재판장님'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머쓱해서는 그냥 또 가더라고요."
마침, 이날은 군인권센터가 "군사법원도 공개 진행하는 내란 사건을 완전 비공개하는 건 부당하다"며 재판부에 공개 재판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낸 날이었습니다.
임 소장은 윤 전 대통령 재구속과 재판 공개 등을 활발히 촉구한 자신들을 지 판사가 못 알아봤을 것 같진 않다며 의아함을 나타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이게 뭐 다 떠나서 되게 돌발적인 행동이고, 법관이 거기서 그렇게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한 사람은 제가 거기 중앙지법을 29년 왔다갔다 하지만 그런 적은 처음입니다."
임 소장은 또 "판사들은 보통 사건 관계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 판사가 굳이 먼저 다가왔다는 점에서 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