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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당뇨’보다 더 위험한 ‘청년 당뇨’ 대처법

20~30대 당뇨 환자 증가세…30만 명 추산
사회적 낙인, 직장생활 등으로 방치 많아
소득 낮은 환자 사망위험 ‘상위층 3배’
20대 인지율 21.7%, 치료율 16.5% 불과
“젊은층을 위한 당뇨 교육 좀더 늘려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19~39살)의 2.2%(약 30만 명)가 당뇨병 환자다. 남성의 비중이 훨씬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30대가 20대에 비해 3배 정도 환자 수가 많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김진석(가명·37)씨는 20대 후반부터 당뇨약을 복용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처음에는 하루 한두 번이었지만 점차 주사 횟수도, 용량도 늘어났다. 하루에도 고용량 인슐린을 세 번, 네 번씩 맞았다. 그런데도 혈당은 잘 조절되지 않았다.

“인슐린은 맞고 있었는데 혈당은 300~400㎎/㎗ 사이를 넘나들었다. 측정기에 에러 메시지가 뜰 정도였다.”

문제는 식단이었다. 당뇨병 환자였지만, 김씨는 식단 조절을 전혀 하지 않았다. 회사원인 그는 세끼 식사를 보통 외식으로 해결했다. 퇴근 후에도 족발이나 치킨, 피자 등 배달 음식을 야식으로 챙겨 먹는 날이 많았다. 야식을 먹을 때는 보통 탄산음료 1.5ℓ를 곁들였다. 그는 “돌아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젊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다니니 안심했던 부분도 있다. 그냥 끊임없이 먹었다”고 돌아봤다.

고혈당 상태가 몇 해 지속되면서, 결국 탈이 났다. 신장 기능이 회복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결국 3년 전부터 신장 투석을 시작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투석 이후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량이 줄었다. 인슐린을 그렇게 맞아도 낮아지지 않던 혈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인슐린을 투약하거나 약을 먹지 않아도 혈당이 120㎎/㎗에서 170㎎/㎗ 사이로 유지된다. 물론 이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김씨가 혈당 조절을 위해 약을 쓰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식사량은 이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확 줄었다. 하루 한 끼 식사량은 작은 공깃밥 하나를 간신히 비우거나, 절반 정도 남긴다. 그는 투석을 시작한 이후에야 식단 조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적당히 식사량만 조절했어도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신장이 이처럼 망가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신장을 잃고 후회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리석지만 어쩌겠습니까?”

김씨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볼 때 당뇨는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뇨는 밥상에서 시작되는 병이고, 밥상에서 끝낼 수도 있는 병이다. 젊은 시절의 무분별한 식생활이 이렇게 큰 후회를 가져올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중년 이후 당뇨보다 무섭다…“합병증 위험 훨씬 더 높아”

최근 젊은층에서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19~39살)의 2.2%(약 30만 명)가 당뇨병 환자다. 남성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청년층 당뇨 환자 중 남성이 19만5천여 명으로 3분의 2 정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20대에 비해 3배 정도 환자 수가 많았다. 당뇨병은 아니지만, 당뇨병 전 단계(공복혈당이 100∼125㎎/㎗이거나 당화혈색소 5.7∼6.4%)인 청년층의 수는 약 300만 명이나 된다. 당화혈색소는 혈액 내 혈색소(헤모글로빈)와 혈당이 결합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혈당이 높을수록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진다.

한편, 청년 당뇨병 환자의 35%가 고혈압, 75%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하고 있었고, 10명 중 3명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청년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치료하는 통합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비만, 특히 복부 비만과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 변화를 젊은 당뇨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젊은 당뇨 환자의 67.8%가 체질량지수(BMI,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의 비만이고, 31.6%는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당뇨가 중년 이후 당뇨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증상이 없거나 애매해 병을 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오랜 기간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20대에 진단되면 50대에 이미 당뇨망막병증이나 신장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팩트시트에 따르면 청년 당뇨병 환자의 43%만이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35% 정도만 당뇨병 약제로 치료 중이다. 당화혈색소 6.5% 기준으로 혈당조절 목표에 도달하는 환자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청년층 중에서도 20대에서는 인지율과 치료율이 각각 21.7%, 16.5%로, 30대의 인지율(49%), 치료율(41%)에 비해 크게 낮았다.

어린 나이에 발병해 병이 길게 진행되니 그만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최근에는 젊은 2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소득이 낮으면 사망위험이 약 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김남훈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살에서 79살 사이의 2형 당뇨병 환자 약 60만 명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소득 수준을 3분위로 구분해, 사망위험과의 관계를 규명했다. 연구 결과, 40살 미만 2형 당뇨병 환자 중 소득 순위 하위 3분의 1에 속하는 환자들은 상위 3분의 1에 속하는 환자들보다 사망위험이 2.8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살 이상의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같은 분석을 했을 때 사망위험이 1.26배 높았다. 젊은층이 소득 격차에 따른 사망 위험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김남훈 교수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관리가 어렵고 합병증이 일찍 발생하는 특징을 가진다. 의학적인 측면 외에도 사회·경제적 환경이 젊은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적·정책적 차원에서 젊은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각도에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발한 사회생활 속 관리 힘들어…“병에 대한 낙인도 두려워”

병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지만, 당뇨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일상은 그보다 더 험난하다. 사회활동이 많은 청년층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관리가 노년층에 비해 쉽지 않다. 잦은 회식, 불규칙한 식사, 만성 수면 부족 등 문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혈당 조절 실패도 잦다.

경기도에서 출판사에 다니고 있는 박지윤(가명·32)씨는 회사에 점심마다 도시락을 싸온다. 회식 자리에서는 술을 되도록 피하고 당질을 줄인다. 박씨는 “회사 동료들에게는 아직 말을 못했다. 나이도 어린데 당뇨에 걸렸다고 하면 ‘관리 못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 회식이나 점식 식사 자리가 이전에 비해 훨씬 줄다보니 뭔가 소외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동료들의 눈치를 보면서 식단 관리나 치료를 소홀히 하다보면 병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우진(가명·33)씨는 한때 100㎏에 가까운 체중을 유지하다가,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9.1%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복잡한 진료 예약, 매번의 혈당 측정,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발에 저림 증상이 시작되자 병원에서 치료받기 시작했다. 정씨는 “주변에서 당뇨병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흔한 병이니 더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병원에서 합병증의 위험을 정확히 알고 나서 제대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젊은층을 위해서 당뇨 교육을 좀더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 당뇨 환자들, 개인 부담 의료비도 높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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