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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소수자 정책, 남성 인권 후퇴 아냐”
젠더폭력 대응, 차별금지법 제정 등 촉구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10대 정책공약 기자간담회에서 이한주 총괄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왼쪽 다섯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에서) 청년 여성만 차별받는다고 여기진 않아요. 청년 여성과 남성이 경험하는 어려움, 성별에 따른 차이점에 주목해 정책이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남성도 힘드니까 여성이 겪는 차별을 그대로 두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2·3 내란사태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권리당원으로 활동하는 30대 여성 이유리(가명)씨는 최근 당이 내놓은 대통령선거 10대 정책공약을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성평등이나 여성 피해자가 대다수인 젠더 폭력, 동의를 중심으로 한 강간죄 처벌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책본부 관계자가 10대 공약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성에 대한 보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또래 남성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남성들에 대한 존중도 챙겨줄 필요가 있다”고 한 설명도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광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외치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된 30대 여성 한유진(가명)씨는 “여성·성소수자 정책을 편다고 남성 인권이 후퇴하지 않는다”며 “(불특정 다수가 모인) 광장에서의 안전감을 일상에서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민주당 지지 성향의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나온 대선 정책공약이 ‘내 정체성과 바람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보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로 윤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이들이다. 지난 2022년 대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밝힌 한 당원은 13일 커뮤니티 ‘블루웨이브’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전날 발표한 정책 가운데 장애인, 노동자, 세월호와 재난, 농산물·식품, 기후환경 등 광장에서 외쳐진 목소리가 반영된 건 잘된 일”이라면서도 “여성·성소수자 같이 성별로 인한 차별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처한 건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가정·결혼 제도에서 성차별 개선, 혼인·혈연관계 외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생활동반자관계법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공약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여성의당으로 가라’는 반응도 있었으나 ‘여성·성소수자로서 공감한다’ ‘이렇게 지지하면서 문제 지적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지지 댓글이 이어졌다. ‘여성에 대한 보장도 하고 남성에 대한 보장도 하면 되는 거 아니냐’ ‘2030 여성·성소수자가 광장의 중요한 축이었던 만큼 더 의식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투표권이 생긴 이래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는 이희구(33)씨는 민주당 대선 10대 공약에 ‘성평등’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고, 모두 함께 살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호명한 사회적 소수자(아동·청년·어르신)에 여성·성소수자를 배제한 데 대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6일 이후 거의 매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집회에 참여했다. 이씨는 “그간 국민의힘에 밀릴까 봐 민주당에 투표해왔지만 넉 달 동안 야근을 감수하고 링거까지 맞아가며 힘들게 광장을 지켜왔던지라 이번 만큼은 광장을 지켜왔던 대다수 2030 여성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게 민주주의를 위한 길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2022년 2월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대 남성들이 꾸린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여성 차별·혐오 부추기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이유리씨는 온라인에선 당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편이지만, 민주당 지역당원으로 활동하며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당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비치면 지금은 정권 교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불편해하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여성·성소수자 등 청년 당원들의 목소리가 지도부에 직접 전달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45살 이하 당원이 활동하는 청년위원회엔 30~40대 남성이 많고 여성위원회 대부분은 50~60대 여성”이라며 “2030 여성 당원만 따로 빼 어떤 기구를 만드는 게 어렵다면 또래 여성과 남성 청년이 모일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석열표 ‘성별 갈라치기’ 프레임에 갇혀 논란을 우려해 ‘여성 지우기’ 전략을 취하기보단 모두를 위한 성평등으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와 이은아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청년 여성과 남성 간 교육 수준엔 차이가 없지만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운 장시간 노동 구조, 돌봄·가사노동 부담의 성별 격차 등으로 인해 여성의 결혼·출산 페널티(고용률, 임금 등 불이익)는 크고 남성이 생계 부양을 해야 하는 가족 체계가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므로 “돌봄에 대한 공적 투자와 노동시간 단축뿐 아니라 가족·일터 등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 강화와 남성의 가족 내 돌봄 참여를 지원하는 ‘젠더 관점’ 정책이 있어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청년혁신회의 등이 올해 2월 연 청년혁신 세미나에서 김조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여러 조사를 검토한 결과) 2010년부터 2023년까지 2030 남성이 보수화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미미하다”며 “젊은 여성에 비해 진보적 수준이 덜하지만 이전 세대 남성보다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도 힘든데 왜 내가 소수자를 위해 분배해야 하느냐’는 정서가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부모 세대보다 자신이 경제적 수준 등이 낮다고 여기는 남성 그룹에서 강한 반페미니즘 정서가 나타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들의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개혁과 (좋은 일자리 얻어 결혼하는 등의) 전통적 남성성 규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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