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쪽, 김문수 후보 결정 따를 듯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유세한 뒤 차에서 내려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르는 6·3 대선이 20일 앞으로 닥친 14일,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 문제를 두고 자중지란을 거듭했다. 후보 강제 교체 시도 여파로 가뜩이나 갈 길이 먼 처지인데, ‘윤석열의 굴레’가 발목마저 잡는 모양새가 거듭되면서 당 안에선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 전 대통령 쪽에서 ‘김문수 후보의 결정대로 따르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만큼, 후보를 돕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자진 탈당이란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석동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시민사회특별위원장은 이날 저녁 한겨레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 문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두루 잘 판단해서 대처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전날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했는데, 이날 오후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김 후보의 뜻에 맡길 것’이란 얘기에 이렇다 할 부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전날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고 탈당하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던 김 후보의 말투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이날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탈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께서 잘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판단을 존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 광미사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를 마치고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건, 이 문제를 두고 당 안에 분란이 계속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당내 위기감이 커져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당 안에선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체제 수호 전쟁을 치르다 쓰러진 장수를 내치는 것과 다름없다”(윤상현 의원)는 의견과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을) 나가야 한다. (나가지 않으면) 강제적 조치도 해야 한다”(양향자 전 의원)는 의견이 팽팽히 맞부딪쳤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께서 당을 위해서 헌신적인 희생을 하신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자진 탈당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거듭 얘기하고 있다. 기자들과 만나선 “이번주 안으로 (이 문제를) 정리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저녁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쪽으로부터 아직 들은 얘기는 없다”면서도 “자진 탈당을 설득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에 정식으로 취임하면, 어떤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이런 뜻을 전달할지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