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정용우, 손정혜 씨의 육남매 자녀들에게 꽃을 전달 받고 있다. 뉴스1
“형수를 보통 욕하는 게 아닌 사람, 여러분이 확 찢어버려야겠지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유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과거 논란을 다시 끄집어냈다. 14일 경남 밀양 유세에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김정은 독재, 시진핑 독재, 히틀러 독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후보도 비슷했다.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내란에 어영부영 동조했다, 안 했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람”(13일 울산)이라고 했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김 후보를 “윤석열이 지지하고 전광훈이 조종하는 극우 내란 세력의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등을 향해선 “내란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14일 창원)라고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나이 74세인데 뭘 성장시키냐”고 김 후보의 나이를 문제삼았다.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다. 비방전은 매 선거마다 나타났지만 이번엔 그 배경이 조금 다르다.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기 어려운 각 당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오후 경남 통영시 강구안 문화마당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파동으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탓에 ‘반(反) 이재명 정서’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일 “예상하지 못한 후보가 선출됐고, 후보 확정 바로 다음 날부터 선거 운동을 시작하면서 정책 공약 준비 등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슬로건도 선거운동 첫날에야 공개했고, 제대로 된 유세차와 이름·기호가 적힌 선거 운동복도 없이 유세를 시작했다.

선대위도 11일에서야 꾸려졌다. 김 후보가 13일 공약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나, 14일 발표한 2032년 달 탐사·2045년 화성 착륙 등 과학기술 분야 공약도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됐던 내용을 재탕한 것이다.

선거 유세의 중심을 잡아야 할 선대위 핵심 인사 간 갈등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박대출 총괄지원본부장과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은 최근 선거 전략, 메시지 등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내부 알력 다툼은 항시 있는 일이지만, 선대위가 급조되면서 중심을 잡고 갈등을 조율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다른 사정이 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우위인 상황에서 논란거리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분위기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지지율을 깎아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반발을 불러올 만한 정책은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리스크를 줄이자는 ‘부자 몸조심’ 전략이다.

실제 민주당이 지난 12일 발표한 10대 정책 공약은 과거 대선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는 20일쯤 발표할 공약집에도 수치 등은 담기지 않을 예정이다. 선대위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한 의원은 “수치를 제시하면 집권 이후에 부담이 되니 큰 방향성만 제시한다”고 했다.

폭발력이 있는 세제 개편도 공약집에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는다고 한다. 선대위 정책본부는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동거 신고만 하면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 또는 ‘등록동거혼’을 저출산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10대 정책 공약을 보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어 보인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단기전이라 하더라도 는 정적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정당의 실력에 대해선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926 이재명 “국가기관에 숨은 자들까지…제2·제3의 내란 세력, 법정 세워야”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5 ‘출당’ 요구 계속…윤 전 대통령 결단할까?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4 [단독] 尹 “탈당, 金 원하면 따를 것… 의리 따질 때 아냐”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3 통일부, '尹 탄핵 집회 공연' 이유로 가수 하림 섭외 취소…하림 "동료들 걱정돼"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2 민주당 “지귀연 ‘수차례 룸살롱 접대’ 제보” 직무배제·감찰 요구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1 “임신했다...수억 달라” 손흥민 협박한 20대 여성 등 공갈 혐의로 수사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20 '尹계엄 옹호' 전한길, 한국사 강사 은퇴…"정치 할 생각 전혀 없다"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9 대통령 당선시 재판 진행은?…대법 "담당 재판부가 판단해야"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8 선거 시설물 찢고·터트리고‥선관위 "엄중 조치"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7 [단독] ‘다이아 청탁’ 의혹 통일교 전 간부, 또 다른 명품 로비 흔적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6 김문수 "일하기 좋은 경남 만들어야"… '경제 대통령' 내세우며 PK 수성에 사활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5 홍준표 "국민의힘, 고쳐 쓸 수 없는 집단"‥경선에 단일화 내홍까지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4 '자진 탈당' 버티는 尹... 단일화도 원팀도 멀어지는 국민의힘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3 민주, 가수 하림 섭외취소 논란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현"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2 원·달러 환율, 야간거래서 급락… 일시 1400원 붕괴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1 이재명 49.3%-김문수 25.8%…중도층선 더 격차 51.8%-14.4%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10 “뺨 때리고 고함 지르고”…씁쓸한 ‘스승의 날’ 단상 [이슈픽]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09 'PK 부흥' 보따리 푼 이재명 "보수정부 3년동안 뭐했냐"... '오만경계령'도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08 민주, 사법부 총공세에 '이재명 면죄법'도 처리... 국힘 "李 독재 정치 신호탄" new 랭크뉴스 2025.05.14
47907 “방망이로 맞아”…인권위, 강원 최전방부대 직권조사 new 랭크뉴스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