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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 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어린이. 뉴스1
직장생활을 하다 36세에 첫 아이를 낳은 A씨(44)는 올해 초 둘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정리했다. 결혼과 첫 출산이 늦은 편이었던 데다, 직장에서도 관리자 직급을 맡고 있어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건강하게 출산하고, 커리어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고 했다.

한국의 ‘셋째 이상 자녀’ 비율이 일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A씨처럼 평생 한 명의 아이만 낳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일본은 아이를 낳으면 둘째·셋째까지도 낳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김주원 기자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사회 : 아시아·태평양 2025’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셋째 이상 자녀 비율은 8%(2022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일본의 셋째 이상 자녀 비율은 17%였다. 통계청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셋째 이상 자녀 비율은 7.5%로 더 하락했고, 첫째 아이 비율은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둘째·셋째 아이를 낳지 않는 핵심 원인으로는 늦어지는 결혼 연령이 지목되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지난해 남편의 경우 33.9세, 아내는 31.6세였다. 10년 전인 2014년보다 각각 1.44세·1.74세 미뤄졌다. 결혼을 늦게 하니 첫 아이도 늦게 가지고, 이후 동생들은 낳기 힘들어진다. 한국의 출산 시 산모 평균 연령은 33.5세로 OECD 국가(평균 30.9세) 중 최고였다.

김주원 기자
일본은 2022년 기준으로 ‘평생 무자녀(50세까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비율이 28.3%로 한국(12.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그런데도 일본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3명(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0.75명(2024년)보다 높다. 일본은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대신 출산을 하면 다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한국보다 크다는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도 평생 무자녀 비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OECD가 이번에 공개한 무자녀 비율은 1975년생 이전 기성세대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이후 밀레니얼~Z세대를 포함한 합계출산율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인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청년 세대의 대학 졸업과 취업, 주거 독립 등 주요 생애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삼수를 하는 게 다반사고, 졸업을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음 해 공채를 기다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취업을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인생의 단계단계가 늦어지면서 발생한 저출산 흐름은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국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는 취업·결혼 등 주요 생애과정을 늦추는 문제를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취업 등 청년의 인생 경로 자체가 늦어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졌으니, 반대로 이것이 미뤄지지 않도록 지원하면 출산율 하락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진학에서부터 커리어를 쌓는 모든 과정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과 과잉 투자를 완화할 구조적 정책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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