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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울리는 연예인 사칭 예약
단체회식 하는 척 식당에 접근
주류업체 명함 주며 구매요청
수백만원 대금 발송하면 잠적
연예계 "전화 예약은 잘 안해"
과거엔 소방 등 관공서 사칭

[서울경제]

# 대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최근 자신을 한 방송사 촬영팀이라고 소개하는 A 씨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하루 뒤 대구에서 촬영을 한 후 단체 회식을 위해 식당 전체를 빌리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김 씨는 유명 연예인도 대동하겠다는 직원의 말에 흔쾌히 대관을 허락하고 미리 주문까지 받았다.

다음 날 오전 A 씨는 김 씨로부터 주류도 미리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 씨가 요청한 품목은 일반 매장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운 시가 4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위스키였다. 구매처를 알지 못하는 김 씨는 난색을 표했지만 A 씨는 현장에서 부가세와 세금·배송료까지 포함해 결제하겠다며 판매처 명함을 보냈다. 김 씨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물건이 있다’며 송금을 요구했다. 김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입금을 하겠다며 일부 금액만 보낸 뒤 A 씨에게 재차 연락했지만 이미 연락은 두절됐다. 주류업자 명함에 적힌 주소도 가짜였다. 예약 당일에도 촬영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경계 대상 1순위인 ‘연예인 노쇼 사기’였던 것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소속사나 방송사 촬영팀을 사칭해 자영업자에게 주류 대리 구매를 시킨 뒤 금전을 편취하는 형식의 노쇼 사기가 전국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매출난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유명인 방문과 단체 방문이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김 씨가 받은 예약 문자. 시진 제공=독자


사기 조직은 30~40명 규모의 방송 촬영팀 혹은 콘서트 스태프 단체 예약을 하겠다며 대관을 요청하는 척 자영업자에게 접근한다. 자영업자가 선금을 요구하면 ‘법인카드라 정해진 시간에만 결제가 가능하다’ ‘회사 원칙이 현장 결제다’며 입금을 회피한다. 간혹 ‘예약 받기 싫으면 다른 식당에 가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자영업자가 예약을 받으면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돈을 줄 테니 고가의 주류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한다. 희귀 주류인 까닭에 자영업자가 판매처를 찾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면 해당 주류를 취급한다는 특정 업체의 명함을 발송한다. 이 업체는 사실 사기 조직과 한패인 유령 회사다. 업체에 대금을 송금하는 즉시 사기 조직은 잠적하고 자영업자는 주류비는 물론 미리 준비한 음식까지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 주류 업체 세 곳의 명함에 적힌 주소 건물에 전화를 해보니 ‘그런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정우·남궁민·조인성·신세경·마동석 등 유명 배우와 임영웅·송가인·남진·백지영 등 인기 가수 등 사칭에 이용된 연예인의 소속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남궁민의 소속사 935엔터테인먼트는 이달 9일 사칭 사실을 확인한 뒤 “당사 소속 직원 및 관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에 금전 이체나 물품 구매를 요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명 연예인은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체 예약을 할 경우 회사 관계자가 무조건 업장으로 방문해 예약하고 미리 결제까지 한다”며 “전화로 예약한 뒤 명함만 보내는 형태는 연예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를 사칭한 위조 공문. 연합뉴스


과거 노쇼 사기는 전화로 주문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단순 ‘보복성’ 형태가 주를 이뤘다. 이후 ‘김민우 대위’ 등 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해 음식을 주문한 뒤 자신이 소개해주는 유통 업체를 이용해 음식을 보내달라며 수십만 원 상당의 배송료를 가로채는 방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군부대 사칭이 알려지자 사기 조직은 소방서·경찰·시청 등 각종 관공서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연예인 사칭 사기에 이어 대선 정국을 맞아 당직자를 사칭해 특정 대선 후보의 선거용품을 허위로 주문하는 사례도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선입금을 받아야 하며 명함을 받는다면 주소와 전화번호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피해를 입었을 시에는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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