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20일, 한 남성이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16 프로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오는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이폰 가격이 오르는 것이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탓이라는 인상을 피하려고 고심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애플은 관세로 인해 가격 인상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어떤 상황도 피하려고 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빌려 보도했다. 현재 대부분의 아이폰은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최근 미·중 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일부 관세는 당초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겠다고 벼른 125% 대신 10%가 일시 적용 중이지만, 스마트폰은 여기서 예외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스마트폰을 포함한 중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던 것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애플이 느끼는 부담도 크다. 일부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려 하지만, 고가 모델인 아이폰 프로 및 프로 맥스 라인의 경우 여전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적용으로 원가가 상승할 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공급업체에 더 박한 값을 쳐 주더라도 관세 부담을 전부 상쇄하긴 어려워, 수익성 유지를 위해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올해 가을 선보일 아이폰 신제품에 초슬림 디자인 등 몇몇 변화를 줘, 가격 인상이 원가 상승 탓이 아니라 가치 상승 때문임을 보여 주려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애플은 가격 인상 명분을 쌓는 데 한층 신중한 접근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앞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관세로 인한 인상분을 가격 표기란에 넣으려 한다는 보도 탓에 백악관에서 눈총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당시 ‘정치적 적대 행위’라며 아마존을 규탄했다. 결국 애플은 가격 인상을 정당화할만한 신기능이나 디자인 변경을 내세우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가을 새로 출시될 모델엔 기존 아이폰 16 플러스(899달러·우리돈 127만원가량)를 대체할 ‘초슬림형’ 모델이 포함될 예정이다.
애플은 매년 가을에 신형 아이폰을 출시한다. 올해 새 모델이 나오면 ‘아이폰 17’ 시리즈가 된다. 현재 아이폰 16 시리즈 가격은 기본 모델은 799달러(113만원), 고급형인 프로 맥스 모델은 1199달러(169만원)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