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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주도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당시 사무총장)이 2023년 12월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당시는 휴일이었지만 감찰과와 특별조사국 직원들이 다수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을 배웅하러 공수처를 찾았다. 유 감사위원 뒤에 있는 두명은 홍현식 특별조사국 5과장(왼쪽)과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오른쪽).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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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감사원을 정권 보위 조직으로 만들었을까? 한겨레가 접촉한 전현직 감사원 직원들의 한결같은 답변은 ‘원내 파벌’이다.

“타이거(TIGER)파가 다 장악했다. 그 사람들한테 밉보이면 유학(국외훈련), 승진은 꿈도 못 꾼다. 찍히면 괴로우니 쓴소리하는 사람도 없다.”

감사원 직원 ㄱ씨의 말이다. ‘타이거파’는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의 측근 그룹을 가리킨다. 감사원은 그동안 타이거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파벌은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타이거는 유병호 위원의 언론 인터뷰에서도 언급됐다. 그는 2022년 7월 월간지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부실 논란이 일었던 월성 1호기 감사를 언급하며 “정말 뭉갰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에 들어가 볼 수도 없고. 조사 기본기가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다시는 없어야 할 부실 감사가 맞다. 내가 한 감사(2차 감사)는 타이거들을 데리고 진짜 제대로 했다”고 말했다.

타이거는 2022년 10월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등장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원이 최근 우수 승진 제도로 바꾸지 않았나. 그 승진 제도를 통해 6명이 대거 승진하고 요직에 임명됐다는 제보가 있다”며 타이거파의 승진 독식 사례를 언급하자, 유 위원은 “그 6명 중 승진에 임박한 사람이 2명으로 기억한다. 2명이 승진했다”며 “증거 채집 기법에 대해 저한테 훈련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땀과 혼을 바쳤던 인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훈련시킨 직원들을 주요 감사에 배치하고 승진에도 일부 반영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유 위원은 당시 ‘타이거’가 특정 감사 기법(Training, Intuition, loGic, Evidence, Reasoning)의 약자일 뿐 파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 인식은 달랐다. 유 위원이 사무총장에서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감사원 사무처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타이거파는 내부 분화가 일어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감사원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타이거파는 찐타(진짜 타이거), 준타(타이거에 준하는 자들), 자타(스스로 타이거라고 하는 자들), 숨타(숨어 있는 타이거), 타이어(타이거는 아니지만 타이어처럼 굴러가며 요긴하게 쓰이는 자들), 시시(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자들) 등으로 나뉘었다. 숨타에서 찐타로 올라가기 위한 충성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타이거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유 위원은 영남 출신 직원들 위주로 측근 그룹을 만들었다. 이들은 유 위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감사원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구 출신으로 국민권익위원회 감사로 이름을 알린 김영신 감사위원이다. 유 위원의 후임인 최달영 사무총장은 경북 영천 출신이다. 시작은 타이거파가 아니었지만 사무총장 영전 뒤 타이거 색채가 강해졌다는 게 감사원 직원들의 평가다.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지내다 3기수를 건너뛰어 1급으로 승진한 ㄴ실장(경북 봉화 출신)도 타이거파로 분류된다. 특별조사1과장에 이어 특별조사국장이 된 ㄷ국장(경북 의성 출신)도 타이거파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변론 당시 계속해서 공격적인 답변을 하다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여기는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유 위원과 지금의 감사원 지도부는 실무자에게는 승진과 국외훈련이란 당근을 건네며 타이거파를 확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내부 평가를 거쳐 인사혁신처에 국외훈련 대상 추천자 명단을 제출한다. 감사원은 훈련과제, 업무 기여도, 직급 및 재직기간 등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선발된 인원을 보면 타이거파 일색이어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내부 여론이 많다.

실제로 ㄹ국장은 과장급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인사혁신과장을 거쳐 반년 만에 이례적으로 산업금융감사국장에 발탁됐다. 월성원전 감사를 주관한 ㅁ감사관도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국외훈련을 떠났다. 타이거파로 분류되며 특별조사국에서 근무한 ㅂ씨도 지난해 국외훈련 대상자로 선발돼 캐나다로 갔다. 심지어 최재해 감사원장 주변에도 타이거파가 배치돼 원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면 특정 지역 출신과 유 위원에 대해 비판적인 직원들은 주요 보직 발탁은 꿈도 꾸지 못하고 계속해서 한직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 공무원 행동강령 17조(파벌조성 금지)는 ‘공무원은 지연·혈연·학연·종교 등으로 인한 파벌을 조성하여 직원 간에 화합을 해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타이거파의 존재 앞에서 강령 17조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겨레의 반론 요청에 12일 “감사원에 사조직은 없으며, 승진 대상자는 조직 기여도와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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