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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대중, 대미 관세를 각각 30%와 10%로 향후 90일간 낮추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대폭 인하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관세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관련 첫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번 합의로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한 시장의 우려가 일정 부분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로 인해 미·중 관계가 완전히 재설정(total reset)됐다”며 “시진핑 주석과 이번 주말에 통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선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 간 무역 긴장이 완화하는 신호”(미 CNBC 방송), “이번 합의는 미·중 간 무역을 중단시킨 교착상태를 깨뜨릴 것”(뉴욕타임스)이란 평가가 나왔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45%에서 30%로 낮춘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한다. 각각 상호관세를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올초 중국에 부과한 좀비 마약 펜타닐 관련 관세 20%와 상호관세 중 기본관세 10%를 남긴 것이다. 중국도 최소한의 10% 상호관세를 남겨뒀다. 이에 따라 미·중은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제외하면 각각 1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인하된 관세를 오는 14일부터 90일간 한시 적용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양국은 90일간의 유예에 합의하고 관세 수준을 대폭 낮췄다”며 “상호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중 양국은 서로에 대한 보복관세를 반복하며 관세가 양쪽 모두 100%를 넘어갔다. 이런 가운데 이틀간 열린 미·중 고위급 마라톤 협상에선 양국이 ‘폭탄 관세’를 어느 정도 인하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번 협상엔 미국의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협상을 마친 미국과 중국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했다.



미국 ‘마트 빌까봐’ 중국 ‘공장 놀까봐’ 타협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무역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럼에도 양국의 관세 인하는 50~80%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개시 직전인 지난 9일 대중국 관세 관련 “80%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대폭 인하 배경엔 양국의 강 대 강 충돌이 계속되면 미·중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공통의 위기감이 작용했단 분석이다. 베센트 장관도 이날 “우리(미국과 중국)는 이번 협상을 통해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단 결론을 내렸다”며 “모두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곧 마트 진열대가 텅 비게 될 것”이란 월마트 등 미 4대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의 경고가 나왔다. 이에 많은 미 기업이 미·중 양국의 관세율 인하 합의를 기다려왔다. 미 수입업체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수입 비용 급등을 피하고,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다고 미 NBC뉴스는 전했다.

중국으로선 중국 공장들에 대한 대미 수출 주문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는 이미 높은 실업률, 침체된 소비 지출 등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펜타닐 관련 태도 변화도 이번 합의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현재로서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아주 긍정적인 길에 있으며 매우 건설적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성분의 밀거래를 단속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양국이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실무진이 참여한 추가적인 무역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양국 합의에 따라 추가 논의는 중국과 미국, 제3국에서 번갈아 진행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베센트 장관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일 구매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에 해빙 분위기를 조성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발판을 마련한 측면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 정상이 만나는 그 시점엔 실질적인 미·중 관세전쟁 종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미·중 합의를 놓고 향후 한·미 관세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큰 폭으로 낮췄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 입장에선 더 낮은 관세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라며 “중국과 협상에서 보인 미국의 유연성이 향후 한·미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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