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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명의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 복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사직전공의가 1만3000명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작은 규모지만, 그동안 복귀를 언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전공의 내부의 강경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눈에 띄는 기류 변화로 해석된다.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7일 “사직 전공의들이 5월 중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진우 대학의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는 지난 8일 연세대 의대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이미 300여명의 복귀 희망자가 확인됐고 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복귀 의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 측과 비공식 만남 등을 통해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며 5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위해 핵심적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의료계를 향해서도 “본질을 망각하고 투쟁을 위한 투쟁, 단일대오만 외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이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자신의 연구실에서 전공의 복귀 등 의정갈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복지부의 ‘5월 추가 모집’ 발표를 미리 알고 있었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개별적, 비공식 면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해 왔다. 특히, 사직 전공의들에게 수련·병역 특례를 제시한다면 이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음을 설득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설득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준 것으로 생각한다.”

-사직 전공의 중 복귀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했나.

“징후가 있었다. e메일이나 대한의학회 사무실 등으로 익명의 사직 전공의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부분 5월 말이 되기 전 복귀할 방법이 없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진의를 알 수 없어 답장을 하지 않다가 지속적으로 연락이 와서 ‘정부 입장은 정기 모집 외 특례를 허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 시험은 내후년에나 볼 수 있으니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을 달라. 5월 복귀 의사가 있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서라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누군가 이 답장을 메디스태프(의사, 의대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캡처해서 올렸다.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던 반면, ‘5월 복귀를 위해 우리도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후 실명으로 5월 복귀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전달하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는 ‘복귀 의사가 확인된다면’ 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를 충족시킬 수 있나.

“이미 두 가지 방향으로 전공의 복귀 의사 확인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사직 전공의가 진행하는 설문조사다. ‘실명’으로 조사를 했음에도 100여명 정도가 참여해 그 중 80%가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정부를 설득하는 주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별도로 익명으로 200명 정도가 참여한 설문조사도 있다. 여기선 거의 대부분 돌아온다는 응답이 나왔다. 이미 300명 정도가 복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일각에선 그 정도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겠지만 몇 달 전만 해도 복귀는 커녕, 설문조사를 한다는 말 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또 하나는 수련병원협의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전공의 자체 설문조사, 수련 병원의 설문조사가 합쳐지면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26년 의대 정원을 원점 복귀 시킬 때도 정부는 ‘전원 복귀’라는 전제를 달았다. 당시에도 일부만 복귀하면 어떻게 하느냐 등의 말이 많았는데 정부는 의대 정원을 복귀시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복귀를 위해선 병역 특례까지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해결 가능한 부분부터 합의점을 찾아가며 접점을 넓혀 나가야 한다. 사직 전공의 중 이미 입대한 친구들이 3년 뒤 복귀할 때 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 3년 뒤 어떤 정부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것까지 얻어내기는 쉽지 않다. 우선 수련 교육 현장을 정상화하고,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니 기다리라는 시각도 있는데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일선 행정을 담당한 관료들까지 전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당장 대선 국면임에도 의료계가 원하는대로 들어주겠다고 나서는 정치권이 없지 않나.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의·정갈등이 2년재 이어지고 있지만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데.

“투쟁을 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계속하라고 하겠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들만 피해를 입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해 의료계 리더들이 학생들을 설득하고 보호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발단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다. 다만,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국민을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의료계 입장만 주장해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연주자가 하는 조율은 연주를 잘하기 위한 것이지 조율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의료계의 투쟁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지 투쟁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 의료계가 본질을 망각하고 투쟁을 위한 투쟁, 단일대오만 외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이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자신의 연구실에서 전공의 복귀 등 의정갈등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전공의 복귀 관련해선 노동시간부터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공의 수련 교육은 노동과 교육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이중적 환경에 놓여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병원에서 전공의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일을 시키고, 그 과정에서 부가적 교육이 이뤄지는 구조다. 전공의들 요구처럼 노동시간은 줄이고, 교육을 늘리면 좋겠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은 몇 년 전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줄였으나 수련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주당 80시간으로 복귀했다. 우리나라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인 상태다. 여기에 더해 주당 근무 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면 전체 수련 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전공의 교육 측면에선 어떤가.

“수련 환경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에서 전공의 수련센터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미국, 영국 등 의료 선진국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실제로 이들 나라에서 수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또 26개 전문과목 학회와 함께 ‘어떻게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만들수 있을지’도 논의하고 있다. 전공의 교육을 전담할 책임지도 전문의 등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할지 세세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사실, 우리나라 전문의 고시 제도만큼 비정상적인 제도도 없다. 전문의 취득을 제대로 하려면 연차별 수련 과정 프로그램을 짜서 수련목표를 정하고, 이를 1년마다 평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 과정을 마치면 간소한 방법으로 전문의 고시를 치르고 전문의를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전공의가 복귀해도 의대생 문제는 남는다. 수업을 거부하고 대규모 유급이 확정됐다.

“피해를 입는 것은 24, 25 학번 학생들이다. 본과 학생들은 큰 피해가 없다. 더블링(24·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이나 트리플링(24·25·26학번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 문제도 따지고 보면 24, 25, 26학번 신입생들 이야기다. 이미 일부 대학에선 학칙을 바꿔 26학번부터 수강 우선권을 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러면 24, 25학번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선배들이 시킨다고 그대로 따르기보단 한 번쯤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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