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설득하러 온 김대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김 후보는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당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후보로서의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며 후보로서의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 당원을 상대로 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 카드까지 빼들며 압박하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김 후보는 전날 당 지도부와의 심야 회동에서도 단일화 제안에 대해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공식 선출된 대선 후보와 소속 정당이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후보 등록일인 오는 11일 이전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김 후보는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이) 기습적으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했다. 이것은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느냐”고 작심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전날 단일화 가능성에 대비해 10~11일 전국위·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낸 것을 후보 교체 시도로 인식한 것이다.

김 후보의 일정 중단 선언은 서울 여의도에서 단일화 압박용 의원총회가 열린 직후 나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단일화 실패 시 사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의총 직후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설득을 위해 김 후보 일정이 예정된 대구로 향했고, 한 후보 역시 대구행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 후보가 일정 중단과 함께 상경하면서 ‘대구 회동’은 불발됐다. KTX로 이동하던 쌍권 지도부는 대전역에 내려 다시 서울행 열차를 타야 했다.

김 후보 측과 당은 지난 3일 전당대회 직후부터 단일화를 두고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전날 김 후보와의 심야 회동에서 “늦어도 9일까지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 일정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고, 김 후보는 불쾌해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후보는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선대위가 구성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왜 이렇게 후보를 무시하나. 의원들 아무도 안 도와줘도 된다”고 서운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는 심야 회동 직후 비대위를 열어 선대위 구성 등을 의결하며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했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당은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국민일보

정현수 기자([email protected]) 이강민 기자 성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