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의힘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신속하게 단일화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5일 집단 분출했다. 김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이틀 만이다. 단일화 속도전을 추진하는 친윤석열(친윤)계와 당 지도부에 맞서 김 후보 측이 단일화 주도권은 후보에게 있다고 버티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등 국민의힘 4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감동의 단일화에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빠르고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4선 의원들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5월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시한을 넘길 경우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5월25일까지 지루한 협상으로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민의힘의 당면과제는 각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해도 힘을 모으는 것이 먼저”라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면 이번 대선은 필패”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대한민국 회생을 위한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절대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기호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명령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 단일후보로 등록하는 게 국민의 열망에 맞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다른 의견은 당내에서 나온 건 없다”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양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경선 토론회에서 ‘한 대행과 단일화, 전당대회 직후여야 한다?’는 질문에 O 팻말을 든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이철규 의원은 이 게시글에 댓글을 달고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조속한 단일화로 대선 승리의 기반을 구축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놓고 김 후보 경선 캠프에 합류했던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빨리 단일화하고 이재명 잡으러 가야 된다”고 적었다. 주진우 의원은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다른 일정 다 필요 없다. 당장 만나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가 조속히 만나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면 조속한 단일화만 압박하는 것이 김 후보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우재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 의원이라면 우리 당 후보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게 도리”라며 “뽑자마자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 압박만 하는 것은 김문수 후보에 대한 도리도 아닐뿐더러 함께 경쟁한 후보들에 대한 도리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경향신문

유새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