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동심' 수리해주는 서초구 서리풀 장난감수리센터…성인 물건도
부부 사이 이어 붙이고 손주 그리움도 보듬어…무료 운영 봉사


[챗GPT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지난 2일 '서리풀 장난감 병원'에 꼬마버스 '타요'와 '라니'를 든 3살 아이가 엄마와 들어왔다.

소중한 친구와 떨어지기 싫은 듯, 아이가 타요와 라니를 품에 꼭 안고 내어주지 않자 '해결사' 이욱상씨가 나섰다. "할아버지가 잘 고쳐줄게. 여기다가 두고 가자." 아이는 그제야 안심한 듯 버스들에 잠깐의 작별을 고했다.

이곳은 서초구가 2023년 문을 연 장난감 수리센터. 구민들의 망가진 장난감을 무료로 손봐주는 곳이다. '주치의' 격인 수리사 이욱상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72세다.

"RC카나 인형을 고쳐주면 손주들이 '할아버지 최고'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애들 것도 고쳐주면 어떨까 했죠." 다섯 손주는 장성했지만, 고친 장난감을 들고 폴짝폴짝 뛰던 모습이 떠올라 봉사를 시작했다.

한 달 평균 60건, 80명의 구민이 장난감 '환자' 치료를 의뢰한다. 고치는 건 동심뿐이 아니다. 사연이 담긴 성인들 물건도 있다. "20∼30년은 족히 된 회전목마 오르골을 갖고 온 분이 있었어요. 결혼한 뒤 선물로 받았는데 돌아가지를 않더라고요. 낡았지만 추억이 있는 물건은 고쳐 소장하려는 것이겠죠."

30대 여성이 꼬리가 '골절'된 공룡 모형(피겨)을 들고 오기도 했다. 남편 것을 떨어뜨린 듯했다. 운영직원 이정아(61)씨는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티 안 나게 꼬리를 붙여달라고 당부하더니, 고친 걸 보고는 '칭찬받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금이 갈 뻔했던 부부 사이도 함께 붙여준 셈이다.

손주의 장난감을 절박하게 맡긴 할아버지도 있다. "마이크를 달린 분홍색 피아노였는데, '손주가 집에 오면 그것만 갖고 논다, 고장이 나면 아무래도 안 올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소리만이라도 나게 해달라' 하셔서 수리해드렸더니 정말 기뻐하셨어요."(이정아씨)

이날도 '수술대'엔 작은 피아노와 뽀로로 인형, 강아지 인형이 올라왔다. 이욱상씨는 장난감이 건강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생각난 듯 미소를 머금고 바삐 손을 움직였다.

서초구 서리풀 장난감수리센터에서 '아기상어 자동차'를 고치는 이욱상씨 [촬영 이율립]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8422 워런 버핏 “올해 말 은퇴” 깜짝 선언… 트럼프 관세전쟁엔 쓴소리 랭크뉴스 2025.05.04
28421 노동운동 전설→의원·경기지사→아스팔트→꼿꼿문수→대선 후보... 김문수는 누구 랭크뉴스 2025.05.04
28420 증거 확보 난항에 다가온 대선까지…김건희 수사, 결국 특검이 맡나[안현덕의 LawStory] 랭크뉴스 2025.05.04
28419 싱가포르 여당 '압승’…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안정 선택 랭크뉴스 2025.05.04
28418 저출산·온라인에…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문방구 랭크뉴스 2025.05.04
» »»»»» 고장 난 장난감 들고 와 마음을 고쳐 갑니다…추억도 함께 랭크뉴스 2025.05.04
28416 [샷!] "심리적 마지노선 무너진 것 같다" 랭크뉴스 2025.05.04
28415 '윤석열 계엄'처럼 비상권한 꺼내든 트럼프‥법원은 "위법·위헌" [World Now] 랭크뉴스 2025.05.04
28414 IAEA 파견 직후 사직한 직원…기술원 “파견비용 돌려달라”소송 패소 확정 랭크뉴스 2025.05.04
28413 日, 동북아 최고 ‘미사일 강국’으로 변신 중[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5.04
28412 양산서 병원 화재…환자 등 106명 대피 랭크뉴스 2025.05.04
28411 중국서 K팝 공연 잇달아… 한한령, 9년 만에 풀렸다 랭크뉴스 2025.05.04
28410 워런 버핏, 은퇴하며 트럼프 저격…"무역이 무기 되어선 안돼" 랭크뉴스 2025.05.04
28409 '조희대 탄핵' 카드 끝내 꺼내나…민주, 오늘 비상의총 랭크뉴스 2025.05.04
28408 갑자기 핀 8만송이 모란…라방으로 완판 시킨 中꽃미남 정체[영상] 랭크뉴스 2025.05.04
28407 ‘사법 쿠데타’는 입법부가 막아야 한다 랭크뉴스 2025.05.04
28406 법원행정처장 “최종 대법원 판결 존중, 법치주의 유지 위해 필요하다”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5.05.04
28405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김문수…'단일화' 향한 시선은?[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랭크뉴스 2025.05.04
28404 워런 버핏, 은퇴 선언… “연말에 물러날것, 비보험 부문 부회장 CEO로 추천” 랭크뉴스 2025.05.04
28403 유심 정보 암호화 안한 SKT…전문가들 "보안 규제 손봐야" 랭크뉴스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