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랭크모어


최근 부산에서 경련 증상을 보인 고등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119 구급대가 14차례에 걸쳐 병원에 환자 수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원 상당수는 '소아 환자 진료 불가'를 사유로 수용을 거부했는데, '배후 진료'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응급 처치'마저 거부하면서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일부 병원은 초응급 상황인 '심정지' 이후에도 환자를 거부한 것으로 보여, 정부 '이송 지침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도 제기됩니다.

14차례… 심정지 이후에도 환자 거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9 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새벽 6시 17분 부산의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쓰러진 채 경련 중이고 호흡은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119구급대는 16분 뒤인 6시 33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당시 학생은 "경련 중으로 의식이 혼미하고, 몸부림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 환자 중증도 분류 기준'에 따라 환자를 5단계 중 2번째로 높은 'Level2(긴급)'로 분류했습니다.

또 이송 지침에 따라 경련 환자 응급 처치가 가능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위주로 전화를 돌려 환자 수용을 요청했습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기관 중 최상위 기관으로,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제공하게 돼 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6시 44분 해운대백병원을 시작으로, 동아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에 전화했지만 해당 병원들은 "소아 중환자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확인 후 연락 준다고 함" "신경과 진료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구급대원들은 구급상황센터에 병원 선정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래는 당시 녹취록의 일부입니다.

구급대원 : 일단은 저희가 전화한 데가 중간중간에 00병원에 전화했는데 00, 00, 일단 00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00 안 되고, 00 안 되고, 00 빼고는 다 00병원은 소아과랑 뭐 이렇게 진료가 안된다면서 안 받아주고 있거든요. 지금 진료 가능한 병원 좀 찾아 봐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 저희가 손이 모자라서.. 애가.. 보호자분 도착할 때까지 잡고 있어가지고.

구급상황센터 : 네. 지금 저희도 알아볼 건데 고3에 seizure(경련)면 대학 말고는 알아볼 때가 없고 간간이 OOO이나 이런 데서 받아주는 경우가 있어 가지고 그쪽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구급대원 : 그거는 제가 한 번 더 전화 해봐 가지고 간다고 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구급상황센터 : 간다고 하면 창원이나 이런 데 전화해서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OOO에서 답을 안 주시면 창원이나 이런 데 알아봐야 될 것 같아요.

(자료 제공 :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구급상황센터는 창원한마음병원, 해운대백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동의병원, 고신대학병원 등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러다 오전 7시 25분께 환자 의식이 저하되다가 '심정지'가 발생하자 구급대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레벨1(소생)으로 올렸습니다.

이후 오전 7시 27분 부산 의료원에 연락했지만, 병원 측은 "소아 심정지 불가"라며 환자 수용을 거절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지역별 이송 지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는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소아 유무, 기저 질환 유무로 심정지 환자에 대해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돼 있지만, 수용이 안 된 겁니다.

구급대는 오전 7시 30분 15번째로 접촉한 대동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고, 신고 접수 1시간 18분 만인 오전 7시 35분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환자는 숨졌습니다.

■ 병원 허락받아야 이송?…제도 개선 논의 중

119구급대가 응급 환자임에도 곧바로 병원을 정해 움직이지 못한 건 현행 응급의료법 때문입니다.

응급의료법 48조의2 1항은 구급대가 이송 시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자 이송 단계와 병원 진료 단계를 원활하게 연계"하자는 입법 취지로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병원 측이 '수용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상 병원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만 이송이 가능하게 된 겁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구급대원이 환자 수용을 20번 이상 병원에 문의한 출동이 한 해 1,176건에 이릅니다.

현재 총리실에 꾸려진 응급환자 이송 체계 개선 TF는 이런 현실을 바꾸고자 해당 조항의 개정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국회에는 이송 병원을 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에서 선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양부남 의원 대표 발의)이 제출돼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 법안은 구급대가 선정한 이송 병원은 환자를 수용해 응급 처치 후 필요하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569 [속보]포항제철소 가스누출 사고…용역업체 직원 1명 또 숨져.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8 [속보] 대통령실 "통일교 특검 환영...여야 구별 없는 수사 원해".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7 "퇴직금 몽땅 털어 가게 냈는데 망했네"…곡소리 나는 이유 있었다.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6 30·40대 영끌에…3분기 신규 주담대 평균 2.3억 '역대최대'.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5 와, 지금이라도 탈출해야 하나…"비트코인, 내년 초 '여기'까지 꺾일 수도" 전망 나왔다.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4 대통령실, '통일교특검' 논의 진전에 "환영…전방위수사 필요".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3 [속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본회의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신청.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2 19번 멈춘 한강버스…'운전 미숙' 사고 가장 많았다 [한강버스 100일].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1 상위 1% 투자자들, 삼성전자·바이오·스페이스X 테마에 베팅[주식 초고수는 지금].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60 [단독]민주당 캠프 인사, 인천공항 자회사 사장 내정…또 반복된 낙하산.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9 내란전담재판부법 국회 본회의 상정…여야 필버 거쳐 내일 표결.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8 '9연상'은 옛말…천일고속·동양고속, 2거래일째 동반 급락[이런국장 저런주식].gif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7 국방부 헌법존중TF, '계엄버스' 탑승 10여 명 징계 요구.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6 서울∼부산 1시간50분…‘세계 2위’ 차세대 고속열차 2030년 시험운행.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5 “공모가 무려 3배” 투자자 몰려 대박난 어묵집.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4 [속보] 내란전담재판부法 본회의 상정…여야 필리버스터 대결 예고.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3 [단독] 특검 “조희대, 계엄 위헌성 언급하며 ‘연락관 파견 말라’ 지시”.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2 “여자가 왜”,“딸이니까”…가정·사회·구조가 만든 ‘조용한 학살’ [플랫].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1 민주당 ‘내란재판부법 수정안’ 당론 채택… “판사회의가 판사 요건 등 기준 정한다”.jpg new 뉴뉴서 2025.12.22 0
44550 [속보] 민주당 “쿠팡 연석청문회, 이달 30~31일 실시”…위원장에 최민희.jpg new 뉴뉴서 2025.12.2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