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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찰 과학수사 분야 대상을 받은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 본인 제공
지난 4일 경찰 과학수사 분야 대상을 받은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 본인 제공

지난해 1월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심갑용 경감에게 영상 분석 의뢰가 들어왔다. 마약조직 총책이 자신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었다. 하지만 영상 화질이 좋지 않아 총책이 어떤 숫자를 눌렀는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 접한 유형의 작업에 막막했던 심 경감 머릿속에 ‘판독 불가’라는 단어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고 습득한 기법을 총동원해 2주간 분석에 매진했다. 그는 우선 3차원 왜곡 보정 기법을 활용해 영상 속 위칫값을 바로 잡았다. 그다음 총책이 사용하는 아이폰과 같은 기종의 키패드를 추출해 영상에 덧입혔다. 그와 동시에 화질 개선 등 작업을 거치자 키패드 영역이 희미하게 복원됐다고 한다. 그렇게 판독된 비밀번호는 무려 22자리. 수사관에게 감정서를 보내니 번호가 일치했다. 심 경감은 “이게 될까 싶었는데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영상분석으로 아이폰 비밀번호 풀어
이후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총책의 아이폰에선 범행 증거가 쏟아져 나왔고, 다른 조직원을 검거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충북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이를 토대로 총책 등 일당 6명과 상습 투약자 3명 등 9명을 구속송치하고, 투약자 25명을 불구속송치했다. 일당은 2023년 8월부터 약 8개월 동안 필로폰, 케타민 등 마약류를 화장품 용기에 넣어 해외에서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한 마약류의 시가는 14억5000만원에 달했다.
심갑용 경감을 비롯한 ‘제77회 과학수사의 날’ 기념식 참가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찰청 제공
심갑용 경감을 비롯한 ‘제77회 과학수사의 날’ 기념식 참가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찰청 제공
심 경감은 사건 해결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4일 경찰청이 주관한 ‘제77주년 과학수사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 과학수사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때 인연을 맺은 천광희 경감(現 시흥경찰서 치안정보계장)의 권유로 1999년 입직했다. 현장 증거물 촬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 취미로 DSLR 카메라를 배우다가 2003년 과학수사에 첫발을 들인 뒤 외길을 걸었다.

그는 이미 난도 높은 영상 분석을 여러 번 해냈다. 심 경감은 2023년 의뢰받은 ‘야간 칼부림 영상’을 기억에 남는 분석으로 꼽았다. 영상에선 “나 찔렸어”라고 외치는 소리는 들렸지만, 화면이 어두워 찌르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범행 도구로 추정된 칼은 사라진 상태였다. 심 경감은 깨진 픽셀을 채워 피의자 손에 뾰족한 흉기를 들고 있는 장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충북 옥천군 산불의 용의자 2명이 촬영된 저해상도 영상의 화질 개선을 통해 흡연 장면을 입증하기도 했다.

올해로 48세인 심 경감은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배우기 위해 주경야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충남대 과학수사학과에 진학해 2022년 ‘디지털 영상 증거물의 무결성’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심 경감은 “과거를 돌아보니 ‘내가 조금 실력이 더 있었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도 많았다”며 “향후 박사 과정도 밟고 싶다”고 말했다. ‘진실은 과학으로 증명된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앞으로도 최전선에서 한 점의 의문도 남기지 않는 투명한 과학 수사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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