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리위 ‘새벽 기습 제명’ 왜?
장동혁(왼쪽)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전 대표. 연합뉴스, 윤운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4일 새벽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기습적으로 결정한 데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장악력을 높여나가려는 장동혁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취임 5개월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장 대표로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펼쳐질 당내 파워게임에 대비해 비주류 찬탄(탄핵 찬성)파의 구심으로 남아 있는 한 전 대표를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어떻게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부인하지 않는다.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제명의 불씨가 된 게시판 논란에 대해 한 전 대표에겐 사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으나 하지 않았다. 지도부로선 계속되는 논란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당명도 바꾸고 청년도 영입하는 때에 갈등이 커지면 지방선거에 직격탄이 된다. 지금이 정리하기에 적기였다”고 설명했다. 전국선거를 앞두고 내부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당 내부의 가장 큰 정치적 균열선으로 남아 있는 ‘찬탄-반탄’ 구도를 해소하는 게 필요했고, 이를 위해 찬탄파의 구심인 한 전 대표를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방치해두기는 어려웠다는 얘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다만 징계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장 대표로부터 칼자루를 넘겨받은 당 윤리위는 한 전 대표를 징계한다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도, 징계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이 컸다고 한다. 주류인 반탄파 입장에선 ‘제명’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당 게시판 비방글’을 이유로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리기엔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윤리위는 당사자 소명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심야까지 회의를 이어가며 서둘러 제명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가 이날 새벽에 배포된 결정문을 두차례나 정정하면서 “긴급하게 작성, 배포된 결정문인 점 감안해달라”고 한 것도 이번 결정이 상황에 쫓겨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윤리위가 정치적 무리수를 둘 수 있었던 데는 한 전 대표가 당무감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해 ‘조작설’을 제기하고 ‘고소전’을 벌인 게 명분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장 대표 역시 윤리위 출범 직전까지는 당원 게시판 논란을 풀기 위해 한 전 대표가 직접 당원들에게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는 게 장 대표 쪽 주장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무고함을 주장하며 ‘법적 해결’을 선택했고, 이는 그의 처분을 위임받은 윤리위에 중징계의 명분으로 활용됐다.
당 최고위원회가 제명을 의결·확정하더라도 이후 상황이 장 대표 쪽 의도대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가 장 대표 개인의 ‘불통·독주’ 이미지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힘을 ‘‘계엄·탄핵의 강’을 건널 의지가 없는 구제불능 정당’이란 인상을 국민 뇌리에 심어주면서 지방선거 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직후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내림으로써, 흥분한 강성 지지층을 향해 ‘한동훈이란 먹잇감’을 던져준 모양새가 된 것도 장 대표와 반탄 주류에겐 적잖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