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작년 1~10월 196억달러 순유출
전년의 40배 육박···환율 상승 요인
전년의 40배 육박···환율 상승 요인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수록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도록 설계된 국민연금 운용역의 보상 구조가 최근 원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외환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 과제’ 포럼 강연에서 “현재 국민연금 성과급 구조는 환율이 상승해 원화 환산 평가 금액이 뛰면 더 높은 성과 평가를 받도록 설계돼 있어 고환율이 더 유리한 구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역 성과급 체계는 과거 △목표성과급(60%) △조직성과급(20%) △장기성과급(20%)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24년 말 목표성과급 비중을 70%로 상향하면서 상대 성과로만 평가했던 방식에 절대 성과 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기금의 장기 수익을 높이기 위해 평가 기간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급 체계 개편이 국민연금의 소극적 환 헤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상대 성과는 시장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로 평가하지만 절대 성과는 국민연금이 제시한 총수익률을 달성하면 된다”면서 “절대 성과 평가는 국내 소비자물가 5년 평균치를 상회하면 되기 때문에 기금 운용역에게 환율 상승에 따른 성과 보상 증대 효과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기존 상대 성과 평가는 벤치마크와 실제 운용 수익률 모두 원화 수익률이지만 양쪽 모두에 환율 효과가 포함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성과 보상 증대 효과가 없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기금 운용역 입장에서 환율 변동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고환율을 성과로 부풀릴 유인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로 외화 유출 규모가 늘어 환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용오 한국은행 국제연구팀장에 따르면 2020년대 이전에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거주자의 해외 투자 수요보다 커 외화 초과 공급이 발생해 환율이 안정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2024년 이후로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거주자의 해외 투자 증가로 달러 초과 수요가 발생해 원·달러 환율이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경상수지 흑자가 896억 달러에 달했지만 국내 거주자 및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증가로 196억 달러 규모의 외화 순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같은 기간(-5억 달러) 대비 40배에 육박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