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전두환 사형 구형엔 논평
“국민 여망에 부응…역사 바로잡자”
국힘은 사과도 평가도 없이 침묵
“국민 여망에 부응…역사 바로잡자”
국힘은 사과도 평가도 없이 침묵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당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사형’ 구형에 대한 국민의힘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1년 전 ‘체포를 막아야 한다’며 소속 의원 절반 가까이 대통령 관저로 몰려갔던 정당이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다. 국민의힘이 자주 쓰는 용어를 빌리면 ‘배신’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대놓고 옹호했던 이들뿐만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마지못해 사과했던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14일 오전까지 어떤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특검의 구형을 가지고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짧게 답했다. 한마디로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당이 영입한 대통령에게 “전두환보다 더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조은석 내란 특검팀)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는데도, 이에 대한 정치적 사과나 평가조차 거부한 것이다.
‘윤 체포 저지’ 달려가던 그 사람들 맞나
시시콜콜한 사안에도 논평을 해온 수십명의 당·원내 대변인 및 부대변인단도 입을 꾹 닫고 있다. 당의 ‘공식 입장’ 공백은 일부 강성 인사의 ‘사견’이 차지했다.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 채널에이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사형 구형은 특검의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정치적 한정치산’ 행세를 하며 입을 닫은 국민의힘은, ‘한동훈 제명’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의 입장 발표와 비방, 실력 행사를 불사하며 저마다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새벽 당 중앙윤리원원회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한 전 대표와의 정치적 해결점을 찾기는 이미 늦었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 소장파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새벽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한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제명에만 벌떼처럼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했다며 여권을 향해 ‘정치적 지분’을 주장해 온 한동훈 전 대표나 친한동훈계 역시 윤석열 사형 구형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사형 구형 직후 심야에 긴급하게 나온 ‘한동훈 제명’ 결정에 대해서는 벌떼처럼 일어나 대응했다. 한 전 대표는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자신을 제명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썼다. 일부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12·3 비상계엄에 빗대 ‘1·13 계엄-내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6·3 지방선거에서 격전을 치르게 되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도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둘러싸고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의 고성과 야유, 이에 맞서는 “한동훈 배신자” 고함이 터져 나왔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역시 사형 구형에는 침묵했다. 반면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해서는 소속 의원 23명 이름으로 재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발 빠르게 열었다.
공식 논평 사라진 국힘
국민의힘의 모습은 30년 전 전두환 사형 구형 당시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태도에 비춰봐도 퇴행적이다.
1996년 8월 검찰이 내란 수괴 등의 혐의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하자,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고 새 정치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강삼재 사무총장)는 입장을 밝혔다. 공식 논평은 부대변인 명의로 나왔다. “검찰의 구형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등 지지층 정서를 의식해 말을 아끼면서도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재오 의원 등 일부 재야 출신들은 “이번 구형은 권력을 잘못 휘두르면 국가와 국민은 물론 개인도 불행해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주었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