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학부모 B씨(40대)가 지난해 7월15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교에 상습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학부모와 기간제 교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시험지 유출 사실을 알고도 부정행위에 가담한 행정실장과 학생에게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1단독 손영언 부장판사는 딸이 다니는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특수절도 등)로 기소된 학부모 A씨(40대)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기간제 교사 B씨(30대)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3150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야간주거침입 방조 등)로 기소된 학교 행정실장 C씨(30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훔친 시험지라는 사실을 알고도 문제와 답을 미리 외우고 시험을 치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된 A씨의 딸 D양(10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딸의 옛 담임교사였던 B씨와 함께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차례에 걸쳐 딸이 재학 중인 경북 안동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해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남겨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로부터 16차례에 걸쳐 315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딸 D양은 유출된 시험지를 미리 공부해 고등학교 내신 평가에서 단 한 차례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기간 중 학교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 등)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전직 기간제 교사 A씨(30)씨가 지난해 7월14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의 범행은 학교 기말고사 기간이던 지난해 7월 4일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드러났다. 공범인 C씨는 A씨 등의 요청을 받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삭제했으며, 다른 학교로 이직한 B씨의 지문이 학교 보안시스템에 등록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교육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학생들의 학습권과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치열한 입시 환경 속에서 성실히 노력해온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안겼고 다수 교직원의 직업적 자존심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양형 사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 학교 교직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학부모 A씨는 증거인 휴대전화를 훼손한 정황도 있다”면서도 “교사 등은 범행을 자백했고 A씨가 학교에 1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년, B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3150만원, C씨에게 징역 3년, D양에게는 장기 3년·단기 2년의 징역형을 각각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제가 저지른 죄로 인해 피해를 본 학교와 학부모에게 사죄드린다”며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더 높은 곳으로 보내겠다는 어긋난 자식 사랑으로 죄를 지었다. 아이까지 법정에 세운 어미이지만 다시 아이와 살아갈 수 있게 아량을 베풀어주시길 바란다”라고 선처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