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뒤 같은 법정서 사형 구형 받아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전두환(오른쪽)씨. 서울중앙지법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정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46년 전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13일 열린 윤 전 대통령 등 8명에 대한 내란 사건 결심 공판에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996년 8월5일, 윤 전 대통령 결심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전씨에게 12·12 군사반란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의 책임을 물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30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이 반복된 것이다. 헌정사상 사형을 구형받은 전직 대통령은 전씨와 윤 전 대통령 두 명뿐이다.
공교롭게도 윤 전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 4학년 재학 당시 교내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 전씨에게 중형을 구형·선고한 경험이 있다. 5·18민주화운동 직전인 1980년 5월8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았을 땐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판사 역할일 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한다. 전씨는 9일 뒤인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앞선 모의재판 때 일로 외가가 있던 강릉으로 피신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런 일화를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현장(7월) △경향신문 인터뷰(7월) △에스비에스(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9월) 등이 대표적이다. 윤 전 대통령의 법대 동기들이 그와 관련된 일화를 엮은 책 ‘구수한 윤석열’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은 2021년 4월 발간됐다.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전씨에게 비판적이었던 과거를 전면에 내세워 중도층과 호남 유권자들에게 지지세를 넓히려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는 윤 전 대통령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을 방어하는 무기로도 쓰였다. 그는 2021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대학 시절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윤석열이다. 제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민주주의를 탄압한 전두환 군사독재를 찬양·옹호할 리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런 일화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모의재판이 열린 5월8일은 ‘서울의봄’ 시절로 ‘전두환 비판’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 달린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괜찮던 시절”이라며 “그 시절 농성하면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사형도 아니었다)을 선고했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지 알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윤 전 대통령의 일화를 언급하며 “윤석열, 전두환처럼 내란을 일으켰다. 권력을 가지며 가질수록 전두환처럼 되어갔다. 그 말로는 전두환과 똑같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전씨와는 다르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윤 전 대통령이, 결국 전두환과 다르지 않았다고 짚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