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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모어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17>
'빌 게이츠 은사' 노벨경제학상 마이클 스펜스
"관세 안정···'공급망 다변화 뉴노멀' 더 중요"
"각국 불신···韓반도체 의존도 5년 뒤 다를 것"
"트럼프 이후에도 보호무역, 미중 경쟁 계속"
"AI, 닷컴버블과 달라···美 부채 리스크 주목"·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미중 무역·기술 패권 경쟁과 인공지능(AI) 산업의 고속 성장은 글로벌 공급망을 뿌리부터 재편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양안 갈등, 미국의 서반구 장악 시도, 이란 시위 등 지정학적 위기도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모든 나라가 각자도생의 길로 몰린 2026년, 세계 경제는 어디로 흘러가며 한국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세계적 석학 마이클 스펜스(82)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특별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당분간 복원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만이 아니었다. 스펜스 교수는 각국이 경제 안보를 중시하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거는 양상에 되레 더 주목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이라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되살릴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스펜스 교수는 경제학에 ‘신호’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공로로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학자다. 1981년에는 미국경제학회에서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도 받았다.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하버드대를 다니던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은사로도 잘 알려졌다. 다음은 스펜스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관세 불안은 올해 진정…세계 경제 완만 성장, 미국은 조금 더 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강력한 관세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의 일자리와 물가는 불안정하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과 세계 경제가 침체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같은 국면을 맞게 될까요?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4월 관세가 처음 거론됐을 때의 불확실했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다소 진정된 상태라고 봅니다. 우리는 미국에 관세가 도입된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되겠지요.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약 25% 정도를 차지합니다. (미국 외) 나머지 세계 경제는 예전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미국 경제 내부에는 인플레이션과 AI 관련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은 꽤 견조하지만, 하위 소득 계층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흐름을 바꿀 만한 뭔가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봄에 비해 약간 상향 조정됐습니다. 사람들이 관세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는 겁니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을, 미국은 그보다 조금 나은 성장을 할 겁니다. AI 분야에 대해 사람들이 갑자기 비관적으로 돌아설 위험은 존재합니다만,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변화하기보다는 기존 추세가 일부 개선되는 정도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올해는 관세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도 않을 것이고, 미국 경제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전에는 불확실성이 컸기에 관세의 영향이 더 커 보였지만, 만약 세율이 10~15% 범위에서 결정된다면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정도는 아닙니다. 미국 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총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입니다. 이걸 조금 건드린다고 해서 경제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가 자란 캐나다나 다른 몇몇 국가들은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부정적 충격을 크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동남아시아를 향한 수출은 늘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의 감소보다 다른 지역 수출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가가 관세로 인해 부정적 충격을 크게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각국 불신과 공급망 다변화 ‘뉴노멀’이 더 중요…韓·대만 의존 반도체 공급망도 5년 뒤 달라질 것”




△미국 민주당조차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도 많은 적자를 안고 있고요. 세계무역기구(WTO)의 힘도 약해졌습니다. 세계가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주의로 이동한다고 보십니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습니다. 세계는 과거의 자유 무역과 투자 개방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관세에 주목하지만, 각 국가와 기업들이 ‘회복탄력성’과 ‘국가 경제 안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경제 안보와 회복탄력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 시스템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보다 훨씬 더 파편화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작됐고 꽤 오랫동안 진행됐습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비용도 더 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모든 것을 관세 탓으로 돌리는 건 실수라고 봅니다. 무역 상대국이 자국을 싫어하거나, 금융 흐름이 차단되는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각국이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아주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고, 각국은 신뢰할 수 없는 소수의 공급처에 필수품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단일 실패 지점(문제가 생기면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찾기 어려울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재 최첨단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에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다른 나라들에) 안정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5년 뒤에는 반도체 공급망이 이런(한국과 대만에 의존하는) 상황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엔 세계가 일종의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모든 나라는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의 현상도 일종의 보호무역주의이긴 하지만, 조금은 다릅니다. 자국의 취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로 봐야 합니다. 국가 안보를 핑계로 한 위장 보호무역주의까지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계속된다고 보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이 흐름을 크게 뒤집을 합리적인 시나리오는 없다고 봅니다. 적어도 큰 틀에서는요.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나 반도체 공급처로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될까요? 글쎄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유럽이 화석 연료를 다시 러시아에 의존하게 될까요? 의심스럽습니다. 그들은 다변화하느라 바쁩니다. 유럽이 미국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간주할까요? 미국은 좀 다른 존재이니 경제와 안보를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는 게 (최근 유럽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우리가 10년 전쯤 가졌던 비교적 개방된 무역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이후에도 보호무역·리쇼어링은 계속…미중 AI 기술, 당분간 대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이 흐름이 계속된다는 것이군요. 트럼프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네, 전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면 미중 간의 경쟁이 사라질까요?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을 수 있고 협력할 분야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달라질 게 없습니다.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고,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서 국가들은 방어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협력국을 찾고,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관세나 트럼프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질문은 미중 갈등에 관한 것인데요. 두 나라는 올해 미국 중간선거까지 관세 전쟁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중국은 더 강해졌고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고요. 미중 갈등은 어떻게 끝날까요. 그리고 이런 경쟁이 혁신을 도울까요, 아니면 양국 경제를 모두 해칠까요.


=두고 봐야겠지만, 당장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이는 경제와 안보 관련 주요 분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낳을 것입니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동기가 매우 크니까요. AI, 반도체 등 국방·안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매우 공격적인 경쟁과 높은 수준의 투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 경쟁은 계속될 겁니다. 전체적인 기술 격차도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미중 격차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양국 모두 기술 강국입니다. 서로 너무 뒤처지지 않는 선에서 경쟁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한쪽이 다른 쪽을 망가뜨리려 한다면, 예를 들어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을 금지하거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을 막으려 한다면, 그건 파괴적인 형태의 경쟁이 되겠죠.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처럼 기술 발전 등 서로 혜택을 보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두 정상이 대화를 하고 관세 휴전을 만들어 낸 것은 좋은 시작점입니다.



“AI는 닷컴버블과 달라…경제 효과 확산 속도가 관건”


1980년대 미국의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끌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그는 1975년께 하버드대에 다닐 당시 젊은 교수였던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의 영향을 가장 크게
1980년대 미국의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끌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그는 1975년께 하버드대에 다닐 당시 젊은 교수였던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회고했다. 서울경제DB


△중국의 AI 기술이 미국과 서방을 추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반도체 문제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겠지만요. 중국에는 계획이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는 다르게 AI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AI를 제조업·로봇·국방·과학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뒤처질 수도 있겠지만, 양국이 대등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특정 분야, 예를 들어 배터리·전기차·태양광 등 녹색 기술 부문에서는 중국이 기술과 비용 면에서 이미 확실하게 앞서 있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5년 정도는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쪽이 확실한 지배적 위치를 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럽은 AI 분야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유럽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데다 거대 정보기술(IT) 인프라도 부족하니까요.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도 없고요.

△이번에는 AI 거품에 대한 얘기인데요. 일부 월가 투자자들은 AI가 거품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많은 기업이 실패하겠지만, 소수의 승자는 살아남아 큰 수익을 낼 텐데요. 교수님도 AI가 거품이라는 데 동의하십니까? 투자자들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복잡한 문제입니다. 소위 AI라는 무형자산과 데이터센터, 에너지 시스템 같은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실물자산 투자는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도한 투자인지는 AI 혁명이 경제 전반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돼 수익을 창출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게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익이 안 날 것이라고 보겠죠. 하지만 과소 투자를 피하려는 동기가 매우 강력합니다. 3등이 되는 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그들은 과잉 투자를 하더라도 일단 지르고 볼 겁니다. 주가 측면에서는 거품일 수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기술의 단기적 효과는 과대평가하고 장기 효과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성향상 단기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할 수는 있죠. 다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지금 AI에 베팅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틀릴 경우 저조한 성과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불안해하면서도 투자하는 겁니다. ‘닷컴버블(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투자 거품 현상)’ 때 매출도 없는 회사들이 고평가받았던 현상과는 다릅니다. AI 기술 자체가 가진 잠재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AI 거품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경제적 효과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들인데,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보다 중국 정부가 AI의 산업 적용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I가 중국에서 더 빠르게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한국, 저출산·중국·연금이 도전 과제…규제 혁신으로 잠재성장률 높여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국제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국제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벤처스타트업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질문드리겠습니다. 한국은 저출산, 저성장, 강력한 신성장 산업의 부재와 같은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한국의 최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기술적으로 매우 진보한 나라입니다. 이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전제 조건이죠. 하지만 출산율이 지극히 낮습니다. 이민자 수용 정책도 거의 없는 것 같고요. 이는 노동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정책 조합입니다. 사회보장 체계나 개인 저축 등의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주거비와 교육비가 가계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다른 소비 여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첨단 제조업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의 수요 부진 문제도 있고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내수 비중은 낮습니다. 한국은 기술력이 워낙 좋아서 크게 걱정하진 않지만, 분명 과제들은 있습니다.

△맞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잠재성장률이 1%대라 너무 낮다는 걱정도 합니다. 이는 미국의 성장률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니까요.


=성장은 생산성과 노동력 증가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노동력이 줄면 전체 잠재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노동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1~2% 늘어난다면, 그건 선진국 경제로서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AI 기술 등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저는 낙관적입니다. 한국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에서 1% 성장률은 좀 낮은 추정치 같습니다. 규제 혁신 등을 통해 더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규모 투자도 요구했습니다. 한미 무역협정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인들은 너무 불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협정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불확실성이 투자를 위축시키니까요. 관세가 15% 정도로 낮아진다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원래 25%였다가 15%가 된 거죠?

△네. 원래는 25%였는데 협상 후 15%가 됐습니다.


=네, 내려갔으니까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15% 관세는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자유 무역이 좋지만 현 상황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딜레마는 경제적 상호의존성과 국가 안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무역 비중은 작지만, 금융 자산 비중은 50%가 넘는 강국입니다. 미국이 금융 제재 등을 활용하는 상황이 불안정성을 더 키웁니다. 단순히 관세가 아니라, ‘누구와 거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건을 다는 게 무역협정에는 더 큰 문제입니다.



“한미 FTA 복원은 희망사항일 뿐…트럼프 부양책은 선거 전략으로도 안 좋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의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 FTA에 따라 0%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15% 관세를 물어야 하니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불공정합니다. 미국이 맺은 협정을 스스로 어기는 건 좋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관세를 없애고 FTA를 되살리길 바라는데요.


=그건 ‘희망 사항(wishful thinking)’입니다.

△그렇군요. 안보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가자 지구, 우크라이나, 북한 문제가 있습니다. 트럼프의 정책 변화가 미국과 한국,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 정도라서 혼자서는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죠. 북한도 무기를 공급하며 껴 있고요. 지금 세계는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란, 북한, 중국, 러시아가 있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처럼 미중 어디에도 속하려 하지 않는 다자간 연대 국가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주의를 싫어합니다. WTO,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에서 탈퇴하려고 하죠. 양자협상을 선호합니다. 만약 4년 뒤 민주당이 집권하면 다자주의로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중동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주요국들은 경제 개발을 위한 안정을 원합니다. 하지만 분쟁이 확산될 위험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위해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데, 이 정책이 맞다고 보십니까?


=아니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이 3%에 고착돼 있고 재정적자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많습니다. 부양책으로 성장은 하지만, 상위 10%가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불평등도 심합니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그만큼 안 오르니 불만이 많습니다. 선거를 위해서라도 완벽한 정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올해 테마는 미국 부채 리스크와 기후 변화…실질 금리 상승도 부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 세계 경제의 핵심 테마는 무엇일까요?


=지난해의 테마가 ‘관세’였다면 올해에는 그에 대한 관심이 좀 줄어들 겁니다. 대신 AI와 전략적 경쟁은 계속해서 핵심 테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 이슈가 다시 부상할 겁니다. 미국 정부는 소극적일지라도요. 기상 이변이 계속될 겁니다. 태풍, 홍수 등이 어디를 강타할지 모르는 상황이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거예요. 그 다음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국가 채무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과 자산 가치가 급격히 변동할 위험이죠.

△새해 금융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무엇입니까?


=치솟는 국가 부채입니다. 여기에 실질 금리까지 높아지는 상황이 겹치는 게 문제입니다. 과거 10년 넘게 우리는 저금리, 저물가, 양적완화의 시대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합니다. 빚은 많은데 이자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잠재적인 불안 요인입니다. 이것 말고는 다 괜찮습니다.

△준비한 질문은 다 했습니다.


=아, 아까 한국 관련해서 생각난 게 있는데요. 인구가 연 1%씩 감소하는데 GDP가 1% 성장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은 2% 성장하는 셈입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성장에 의존하는 ‘부과식(젊은 세대의 보험료로 은퇴 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 연금 시스템 같은 재정 구조입니다. 성장이 멈췄는데 불평등이 심해지면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가난해지기에 정치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성장이 중요하죠.

△한국 사람들은 과거의 고도성장 시대를 기억하기에 걱정이 많습니다.


-언론에서 교육을 좀 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 고소득 국가입니다. 중진국처럼 고성장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연 2~3%만 성장해도 훌륭한 겁니다. 중국도 이제 8~9% 성장은 못 합니다. 한국은 이미 너무 잘살게 돼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겁니다.

스펜스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에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더 강화할 공산이 커 보인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 시대 이후에도 방어적인 글로벌 무역 환경은 더 확산할 수 있다. 한국도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경제·안보 전략의 새 판을 짜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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