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측에 공천 헌금 준 전 동작구의원,
2018년 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 벌금형
"金 보좌관이 '대학교수'라 쓰라 해" 진술
2018년 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 벌금형
"金 보좌관이 '대학교수'라 쓰라 해" 진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측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동작구 의원 김 모 씨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공천 헌금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고 주장한 전직 서울 동작구의원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 전 원내대표 측 권유로 선거 공보물에 허위 경력을 기재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권유라 하지만 구의원 출마자의 경력 표기에까지 개입할 만큼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장악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는 2019년 1월 당시 동작구의원 김모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0년 총선 직전 김 전 원내대표 측에 공천 헌금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주장이 담긴 탄원서를 작성한 두 명의 전직 구의원 중 한 명이다.
김씨는 2018년 구의원에 출마하면서 이력을 '대학교수(전)·건축사'로 기재한 선거 벽보 및 공보물을 배포했다. 대학 건축학과에서 시간강사와 겸임조교수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정교수·부교수·조교수 등 전임교수로 임용된 적은 없었다. 재판부가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라고 판단한 이유다.
김씨는 경력 부풀리기의 배경으로 당시 동작갑 국회의원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 측의 종용을 거론했다. 그는 수사기관 조사에서 "지역구 보좌관이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학교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했다"며 "'겸임교수인데요?'라고 반문했더니, 대학교수라고 하는 것이 깔끔하다고 해 그렇게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거론한 보좌관은 당시 김 전 원내대표 의원실 보좌관이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학에서 강의를 했기 때문에 허위 경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 사전 검토에서도 지적을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학교수'라는 표현이 유권자에게 전임교수로서 학력과 연구 실적을 갖춘 지위를 연상하게 하는 점, 김씨 스스로도 '겸임교수'라는 용어와 구분해 왔던 점 등을 종합할 때 김씨가 전문성을 부각해 선거에서 유리한 지위를 얻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법원은 또한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가 지역구 보좌관의 권유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과정에서 지역 보좌관의 권유를 그대로 따르다가 범행에 이르렀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어 위법성 인식이 다소 미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형량이 의원직 상실 기준(벌금 100만원 이상)에 못 미쳐 김씨는 구의원직을 유지했다.
김씨는 9일 김 전 원내대표 측에 공천 헌금을 건넨 의혹에 관해 3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씨와 함께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구의원 전모씨도 8일 경찰에 소환됐다. 김씨와 전씨의 변호인은 취재진을 만나 "탄원서에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며 혐의를 사실상 시인했다. 두 사람이 공천 헌금 제공 사실을 인정한 만큼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