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당명 개정’에 책임당원(3개월 이상 당비를 최소 1000원 이상 납부한 당원) 68%가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당명 변경 절차에 본격 착수했지만, 근본적인 노선 변화 없이는 쇄신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명 개정을 시작으로 장동혁 대표의 이기는 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휴대전화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을 활용해 모든 책임당원(7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찬반 여부를 물었다. 응답자는 19만5300여명(25.24%)였으며 이중 13만3000여명이 당명 개정에 찬성했다. 찬성률은 68.19%에 달했다. 정 총장은 “새 당명 제안도 1만8000여건 접수됐다”고 전했다. 정 총장은 “이번 조사로 당명 개정을 통한 이기는 변화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책임당원들이 제안한 당명에는 ‘공화’나 ‘자유’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서지영 의원(홍보본부장) 주도로 이번 주말까지 ‘대국민 당명 공모전’도 진행하기로 했다. 공모전이 끝나면 외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서 설날 전까지 당명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을 만나 “당 정체성과 보수 가치를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당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미래와 대한민국을 지탱할 수 있는 야당이 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당의 색깔도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바꾸지 않기를 바라는 당원이 많은 걸로 안다”고 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10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당 안팎에서는 당명 교체에서 끝나지 않고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강령 전문에 ‘경제민주화’ 등을 전면 배치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이던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선거 지형이 불리했지만 쇄신의 효과로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머쥐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을 국민의힘으로 바꾸면서,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강령에 기본소득을 넣는 등 중도 확장에 집중했다. 이후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등장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입당하면서 결국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6선 중진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명을 바꿀 결기라면 기존 행태 중에 잘못된 것은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그것이 따라오지 못하면 비용만 엄청나게 들이면서 ‘내용은 똑같고 겉 포대만 바꾸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장 대표는 당명을 바꿔 ‘친윤’ 이미지를 벗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박 전 대통령 경제민주화 같은 근본적인 노선 확장이 동반돼야 한다”며 “잘못된 과거와 제대로 절연하지 않으면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휴대전화 ARS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33.5%를 기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정치에디터는 “쇄신안 발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의혹 처리 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당심과 민심 모두 국민의힘에 마음을 줘야할지 아직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