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과거 내란 옹호와 관련해 사과문을 읽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024년 ‘로또’로 불렸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청약에서 자녀의 ‘위장미혼’ ‘위장전입’으로 당첨됐다는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부정청약에 대한 정부 단속에 빈틈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모의 위장전입을 찾아낼 수는 있어도 자녀의 위장전입을 적발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나 이 후보자의 법 위반 여부는 향후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논평을 처음으로 냈다.
11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남편은 2024년 7월29일 래미안 원펜타스 137A 타입 일반분양에서 이미 결혼한 장남을 부양가족에 포함시켜 총 74점의 청약 가점으로 당첨됐다. 장남은 2023년 12월 결혼식을 올렸다. 천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의 장남이 혼인신고와 전입신고를 미뤄 청약 가점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 가족이 위장전입에 따른 부정청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4년 7월 ‘20억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일반분양 접수 당일 부동산원 청약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인기였던 아파트다.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527 대 1에 달했다.
법조계는 이 후보자가 주택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주희진 법무법인 윈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청약 당첨 시 결혼식을 이미 올렸고 거주를 분리한 지 3개월 이상 지난 상태였다면 아무 의도 없이 전입신고를 ‘미뤘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부정청약으로 공급 질서를 교란한 행위로 주택법 65조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법 위반이 판결로 확정되면 주택 계약이 취소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전경. 삼성물산 제공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해명을 들어보며 사실관계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당시 대대적 단속을 했는데도 이 후보자의 부정청약 의혹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0204년 하반기 원펜타스를 포함한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을 점검해 총 390건의 부정청약을 적발한 바 있다. 특히 원펜타스에서는 일반분양 물량(292채) 중 14%에 달하는 41건의 위장전입 부정청약 사례를 찾아냈다.
국토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당시 점검은 부모의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사례를 대상으로만 이뤄졌다. 이 후보자 사례처럼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은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부양가족에 포함된 부모의 3년간 병원과 약국 이용내역을 알 수 있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통해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했지만, 상대적으로 병원 등 이용 빈도가 낮은 자녀 세대의 경우 같은 방식으로 적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위장전입은 카드이용내역, 택배배송이력 등 개인정보 확인을 통해 적발이 가능한데, 이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토부의 점검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부정청약 적발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에 청약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부양가족에 포함된 자녀에게도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받는 등 촘촘한 단속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양가족 수가 당첨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된 현 청약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시민사회 단체는 부당 청약 의혹을 이유로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참여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 등 주거권 보장을 위한 연대체 주거권 네트워크는 논평에서 “국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총괄해야 할 기획예산처 장관의 책무는 막중하다”며 “배우자의 영종도 땅 투기 의혹에 결혼한 아들까지 이용한 아파트 부정 청약 당첨 의혹을 받는 인사가 그 자리에 오른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측은 “청약 과정에서 불법 부당한 일은 없었으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