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노무ㆍ교육: <35> 보이스피싱 예방과 피해 회복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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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5060, 보이스피싱 최대 피해자
피해확인 후 즉각 경찰 신고해야
'2, 3차 피해' 막는 노력도 필요
그래픽=신동준 기자
Q
: 60대 초반 H다. 급전이 필요해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담당 직원 말이 황당했다. "이미 1억3,000만 원 대출이 있으셔서 추가 대출이 어렵습니다." 나는 그 어떤 대출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회해보니, 내 명의로 된 낯선 계좌가 개설됐고 대출까지 이뤄졌다. 경찰 신고를 통해 누군가 내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알뜰폰을 개통하고, 그 휴대폰으로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이 확인했다는 위조 신분증에는 내 주소가 '노량진동'이 아닌 '노령진동'으로 잘못 적혀 있었다. 더 기막힌 것은 그 은행이 '연체가 시작됐으니 상환하라'고 독촉까지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말 이 돈을 갚아야 하는 걸까? A
: 개인정보 유출이 신문과 TV에 자주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이 H씨와 같이 휴대폰을 통한 피해 가능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3월 23일부터 '휴대폰 개통' 시 안면인증을 필수 절차로 넣도록 했다.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쉽게 금융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53%)이며, 건당 평균 피해액도 5,300만 원에 달한다.결론부터 말하면, 본인 명의 대출이더라도 H씨는 갚지 않아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법이 알아서 지켜주지는 않기 때문에, 다음의 몇가지 사항을 꼼꼼히 이행해야 한다. 우선 급선무는 증거 확보다. '본인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서류 하나가 민사소송과 금융기관과의 협상에서 결정적 무기다.
동시에 금융기관에 대출 관련 서류 일체의 사본을 요청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정보열람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1억 원 넘는 대출을 일으키면서도 금융기관이 소홀했던 '본인 확인 절차'의 허점을 찾아내자. 이것이 승소의 핵심이다. 증거가 확보되면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H씨처럼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된 대출계약은 법적으로 무효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면 "채무는 갚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금융기관이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다. 위조 신분증의 오탈자조차 걸러내지 못했다면, 금융기관의 확인의무 위반이다. 이 경우 신용등급 하락이나 소송비용 등 실제 입은 손해에 대해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도 있다.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 고소도 병행하는 게 좋다. 명의도용자를 사기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라. 형사 유죄판결이 곧 민사 채무면책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증거들이 민사소송에서 무기로 작용한다. 범인이 검거된다면, 합의 과정에서 피해 금액을 회복할 가능성도 열린다.
법적 대응과 동시에 추가 피해도 막아야 한다. 범죄자가 H씨의 정보를 아직 쥐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빠져나간 개인 정보를 토대로 제2, 제3의 대출이 또 다른 금융회사 혹은 통신사를 통해 언제든 실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핵심은 △대출 차단 △계좌 차단 △휴대폰 차단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이미 마련된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우선 금융 관련 차단의 경우, 주거래은행 1곳만 방문하면 여신거래 안심차단과 비대면 계좌개설 안심차단이 동시에 신청된다. 전국 금융회사에서 본인 명의 신규 대출, 신용카드 발급, 비대면 계좌 개설이 모두 차단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서비스로 명의도용 대출 피해가 84% 이상 감소했다.
휴대폰 차단은 통신사 직영점 1곳만 방문해 'M-Safer 가입제한'을 신청하면 된다. 본인 명의 대포폰 가입이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 이외의 휴대폰 신규 가입, 번호 이동, 명의 이전이 전 통신사에서 차단된다. 신분증 하나 들고 은행 1곳, 통신사 1곳만 방문하면 10분 안에 끝난다. 이 조치를 해제하려면 반드시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 타인이 함부로 방어 조치를 해제할 수 없으니 안심하자.
물론 법적 싸움은 시간이 걸린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은 2년을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증거를 확보하고 제대로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포기하지 말자. 디지털 시대의 중년은 '모르면 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재빨리 대응하면 피해를 미리 막을 수도 있고 회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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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0509260005121)
박은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