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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과 대만을 핵심 축으로 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수년 내 재편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12일 자 서울경제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세계가 10년 전과 같은 자유무역 체제로 복귀할 확률은 ‘0’ 수준”이라며 “각국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공급망 다변화에 집중하면서 현재 한국·대만에 의존하는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도 5년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파편화로 주요국들이 공급망을 서로에 믿고 맡기지 못하는 방어적 무역 환경이 계속되면서 K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다.

‘자국 우선주의’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경종을 울리는 세계적 석학의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은 이미 우려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며 우리 기업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종합 경쟁력이 한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섰고 연구개발(R&D)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암울한 분석까지 내놨다. 일본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민관이 뭉친 라피더스의 전략적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24.4%를 차지하는 경제의 ‘대들보’이자 미래 산업의 ‘쌀’과 같은 핵심 전략산업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K반도체의 입지가 좁아지고 시장이 잠식당한다면 특정 산업의 위기를 넘어 경제의 성장 역량과 국가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악화하는 무역 환경에서 K반도체가 굳건한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혁신 노력을 뒷받침하고 고급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경직된 규제에 매달리고 정치 논리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흔드는 것은 ‘반도체 2강 도약’ 목표에 어깃장을 놓고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금은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전력 인프라 확충, 금융·보조금·세제 혜택 등 K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의 전방위 지원이 절실한 때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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