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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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듯한 일정 속 팽팽한 줄다리기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에 합의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동전의 양면 같습니다. 헌법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의 제청이 없으면 대통령의 임명도 없고, 대통령의 임명으로 완결되지 않은 대법원장의 제청은 재앙 수준의 체면 구기기입니다.
노태악 대법관 2025.3.20 [자료사진]
노태악 대법관의 임기가 두 달 뒤인 오는 3월 3일 끝납니다. 노 대법관이 한양대 출신이라, 다음 대법관 역시 비(非)서울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충청권 출신 대법관이 없어 지역 조건이 고려되리란 전망도 나오지만, 요즘은 지역을 따지지 않는 것이 추세라고도 합니다. 이러나저러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르는 것이 인사입니다.
오는 21일, 선임 노 대법관을 포함해 사회 각계 비법조인 인사들이 포함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대법원에서 회의를 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9명의 대법관 후보 가운데 3~4명을 추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제안하기 위해서입니다. 큰 변수가 없다면 당일에 회의를 마치는 대로 명단이 알려집니다.
예년대로라면 다음 달 초중순쯤, 추천위에서 올린 명단 가운데 한 명을 대법원장이 점찍어 대통령에게 제청할 겁니다. 마지막 단계는 국회 청문회입니다. 올해는 더욱 일정이 빡빡합니다. 다음 달 셋째 주에 설 연휴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활한 협의로 공백 없이 대법관 자리가 메워질까요.
대법원 외경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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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대법관은 차기 법원행정처장 유력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때,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새 대통령은 대법관 인선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제청 이전에 대통령실,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 물밑 조율이 먼저 이뤄진다고 합니다. 서로 수용 가능한 인물을 맞춘 뒤에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찾아가 해당 인사를 공식적으로 청하는 식입니다. 이때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만나주는 날을 잡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라고 합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2025.12.9 [자료사진]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이번에 임명되는 대법관이 차기 법원행정처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내년 5월이면 대법관 임기가 끝나 곧 처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입니다. 새로 들어온 대법관이 바로 처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법원의 사정이 지금 녹록지 않습니다.
박영재 대법관 2025.3.20 [자료사진]
원래 기존 대법관 가운데서도 다음 행정처장으로 거론되던 인물이 있습니다. 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을 두루 거친 박영재 대법관입니다. 하지만 박 대법관은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주심이었습니다. 여당과 사법부의 극한 대립을 불러 온 문제의 사건을 맡았던 만큼, 처장을 맡기기에는 조 대법원장으로서도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죄 의견을 낸 다른 대법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번 후보 가운데 행정처 경험이 있는 판사들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회랑 '말이 통하는' 인사가 와서, 지금의 갈등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키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등과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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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게 눈엣가시인 대법원장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함께하는 자리가 몇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둘의 표정과 분위기에 온갖 해석이 따라붙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대통령을 대선 레이스에서 거꾸러뜨릴 뻔한 파기환송 판결 때문일 겁니다. 이 대통령에게는 조 대법원장이, 정권의 탄생부터 가시적으로 위협한 존재입니다. 둘의 악연은 공존하는 한 계속 이어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25.12.3 [자료사진]
거대 여당의 사법개혁 총공세 앞에 대법원은 지금 수세입니다. 그런데도 대법원 사정을 잘 아는 어느 법원 인사는 "외부에서 보면 갈등이 극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대법관 제청 역시 잡음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조 대법원장에게 제청할 대법관 자리가 좀 더 있다면,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 '너 하나, 나 하나' 식으로 일종의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내년 여름까지인 조 대법원장의 임기 안에 바뀔 대법관은 이번 노 대법관과 이흥구·천대엽 대법관뿐입니다. 어느 판사는 "대법관 증원이 현실화돼 서로 '트레이드' 할 패가 많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농담 섞어 말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국정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기, 게다가 첫 대법관 임명이라는 상징적인 인사를 대통령실에서 타협하며 지나갈까요.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에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역으로 조율이 잘 안되는 경우, 대법원장이 그런 수모를 겪느니 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있고요.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