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福붙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한 달항아리 오브제 캔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마음이 분주해진다. 다이어리 첫 장을 넘기듯, 집 안에도 새로운 공기를 들이고 싶어진다. 하지만 대대적인 리모델링이나 고가의 가구 교체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요즘 주목받는 키워드가 바로 ‘복테리어’다. 복(福)과 인테리어의 합성어인 이 트렌드는 공간을 꾸미는 행위에 행운·액막이·정서적 안정이라는 의미를 덧입힌다. 작은 오브제 하나로 분위기와 기분을 동시에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테리어’ ‘#goodluckdecor’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 중이다.
불확실한 시대
불안감 줄이고 안정감 주는
다양한 상품들 각광
액막이 명태·달항아리에
금전운 부르는 금전수
말의 해 아이템도 ‘눈길’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통제 가능한 영역을 찾는다. 집은 그중 가장 확실한 공간이다. 생활관측변화연구소 박현영 소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6년 트렌드를 예측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를 주목했다. 그는 싱잉볼, 스트레스볼과 함께 “공간 연출을 통해 안정감을 추구할 수 있는 달항아리와 액막이 명태”를 언급했다. 복테리어의 대표 아이콘은 단연 달항아리다. 조선백자의 상징인 달항아리는 완벽하지 않은 대칭, 둥글고 넉넉한 형태로 보기만 해도 평온해진다는 평을 듣는다. 거실이나 현관 한편에 두기만 해도 공간의 인상이 부드러워진다. ‘비워서 채운다’는 개념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전통 도자기 형태의 달항아리뿐만 아니라 미니 오브제, 캔들 홀더, 디퓨저 용기, 조명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제품들이 나와 있다.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다면 달항아리 모양의 거울이나 그림 액자를 눈여겨봐도 된다.
복을 지키는 액막이명태와 나쁜 기운을 쫓는 종을 결합한 도어벨. 빈티지 나인 제공
예로부터 명태는 눈을 감지 않는 생선으로, 액운을 막고 복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쓰였다. 신장개업 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액막이 명태는 이제 전통적인 짚 장식뿐 아니라, 패브릭이나 세라믹, 그래픽 오브제로 재탄생했다. 석고 방향제나 명태 모양 러그 등 한국인의 응용력을 총동원한 기발한 아이템도 나왔다. 작은 키홀더는 이사나 계약을 앞둔 이들에게 행운의 마스코트처럼 선물하기에도 좋다. 맑은소리가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의미로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들리는 종을 달기도 한다. 현관문에 부착하는 자석형 도어벨 형태도 판매 중이다. 좋은 것에 좋은 것을 더해 명주실을 돌돌 감은 액막이 명태와 구리종을 결합한 도어벨을 판매하는 빈티지나인은 “명주실 한 타래를 자르지 않고 돌돌 감아주는 것은 재복이 길게 뻗어나가길 기원하는 의미”라고 소개한다. 집에 들어섰을 때 바로 보이는 곳에 걸어두면 재물운이 들어온다는 속설 덕분에 한때 집들이 선물로 꼽혔던 해바라기 액자는 조금 노골적인 면이 있었다. 요즘은 미니멀한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민화 액자를 찾는다. 민화작가 김미연씨에 따르면 “모란은 부귀영화, 국화는 장수를 상징하고, 문자도와 십장생도, 호작도는 장수와 출세 등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그림”이다.
번영을 가져다주는 식물로 알려진 아글라오네마.
복테리어 하면 금전운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돈나무’로도 불리는 금전수를 빼놓을 수 없다. 행운을 불러오는 식물에 대한 애정은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영국의 인테리어 잡지 리빙etc는 “집 안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줄 행운의 화분”으로 난, 스킨답서스, 개운죽, 구즈마니아, 아글라오네마, 안스리움을 추천했다. 식물전문가 브라이언 우는 “안스리움의 붉은 잎이 행운과 번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지만, 추천 식물 대부분이 약한 빛에서도 잘 자라며 공기 정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집에 들여놓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붉은 말의 해에 더욱 돋보이는 스웨덴의 달라호스.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열정과 추진력으로 대변되는 말의 기운을 닮고 싶다면 말 모양의 목각인형 달라호스(Dala Horse)를 집에 들여도 좋겠다. 말을 신성하고 상서로운 존재로 여긴 스웨덴에서는 나무를 다듬어 만든 말을 화려한 문양으로 채색하여 집 안에 두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스웨덴의 인기 공예품이 된 달라호스는 이케아에서도 볼 수 있다.
복테리어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효능이나 운에 기대는 미신이라기보다, 불안의 시대를 버티는 심리적 안정감이 핵심이다. 복을 부른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쌓아두면 공간이 답답해진다. 여백과 상징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왕 좋은 의미를 발휘하기로 했다면 현관, 거실, 책상처럼 하루에 여러 번 시선이 닿는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먼지가 쌓이거나 관리가 어려운 아이템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니, 관리하기 좋은 것으로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