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 관련
공식 조사 통보 전부터 움직임 실시간 파악
근로감독관 접촉 뒤 처벌 항목도 줄어들어
법조계 “사법·행정 공정성 심각하게 훼손”
공식 조사 통보 전부터 움직임 실시간 파악
근로감독관 접촉 뒤 처벌 항목도 줄어들어
법조계 “사법·행정 공정성 심각하게 훼손”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쿠팡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과정에서 노동부 실무진과 접촉하고, 만남 이후 쿠팡 계열사의 형사처벌 대상 항목이 축소된 정황이 내부 e메일을 통해 확인됐다. 쿠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전직 청와대 행정관 출신 임원 등 ‘대관 라인’을 동원해 노동부 내부 정보를 획득하고,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쿠팡이 노동부 담당 근로감독관을 상대로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등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노동부가 감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유착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8일 경향신문이 쿠팡의 전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 A씨 측을 통해 입수한 내부 e메일을 보면, 쿠팡은 2020년 10월 대구·칠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당시 노동부 움직임을 김앤장과 사내 ‘대관 조직’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확보한 정보는 외국인 최고행정책임자(CAO) 등 경영진에게 보고됐는데 이는 회사 차원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를 조직적으로 관리했음을 보여준다.
2020년 11월 3일 작성된 메일에는 “K&C(김앤장)가 ‘노동부 내부 소스(MOEL inside source)’로부터 대구 FC(물류센터) 사망사고로 인해 쿠팡과 CFS(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대해서만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들었다”고 적었다. 노동부가 피감기관에 공식적인 조사 통보를 하기 전 단계에서 정보가 쿠팡 측에 새어나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다. 쿠팡은 해당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e메일에는 “이 보고가 B의 보고와 다르다”며 “김앤장에 내일 오전까지 좀 더 정확한 소스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고 나온다. 여기서 거론된 ‘B’는 당시 쿠팡이 영입한 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 임원을 지칭한다.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정보를 노동부에서 들은 건지, 국회에서 들은 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약 내가 전달한 것이 맞다면 국회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해당 사건 관련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앤장에는 2020년 8월부터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 인사가 고문으로 재직하는 등 노동부 출신 인사들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13일 작성된 ‘노동부 감사 결산(MOEL Audit wrap up)’ e메일을 보면, 쿠팡 임원들은 전날 밤 노동부 C과장의 연락을 받고, 이날 오전 9시 D팀장(근로감독관)을 만났다. D팀장은 쿠팡 측 ‘식사 접대’ 의혹과 관련해 노동부 감사를 받는 당사자로 알려졌다. 이들이 논의한 것은 노동부가 쿠팡 물류현장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산업안전보건(K-OSHA) 감독 결과였다.
해당 만남 이후 CFS 기준 애초 10개로 전달받았던 쿠팡 물류센터 내 안전·보건 위반 형사처벌 항목이 8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e메일에서는 “동탄 물류센터의 컨베이어 관련 지적 3건이 1건으로 ‘통합’되면서 최종 항목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C팀장은 쿠팡 측에 “컨베이어 안전 관련 위반은 쿠팡은 1건인데 경쟁사는 77건”이라며 다른 업체 정보까지 전달했다. 한 쿠팡 고위 임직원은 e메일에서 “지금까지 들은 것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경쟁사는 77건이 발견됐지만, 우리는 1건 밖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자찬했다.
법조계는 이 같은 쿠팡의 대응 방식이 사법 및 행정 시스템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쿠팡은 퇴직금 체불 등 피해액이 소액인 사건에까지 학연·지연이 닿는 전관을 활용해 정보를 빼내고,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며 “쿠팡이나 김앤장 정보원이 정보를 빼돌린다는 점에서 정부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는 “전직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사기업이나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정부 내부 정보를 빼내고 수사나 처벌 수위를 낮추려 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해당 e메일 내용의 진위와 로비 의혹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현재 ‘쿠팡 특검’은 ‘퇴직금 사건 불기소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 정보를 쿠팡 측에 미리 흘렸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노동부도 쿠팡 퇴직금 사건 조사방해 의혹을 받는 지청장을 직무 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