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매년 증가 추세
지자체들, 지원금 주며 면허 반납 유도
고령자 면허 반납 반대 "이동권 보호"
"실버 택시 바우처·면허 강화 등 필요"
지자체들, 지원금 주며 면허 반납 유도
고령자 면허 반납 반대 "이동권 보호"
"실버 택시 바우처·면허 강화 등 필요"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종로구 종각역 교통사고 현장을 2일 소방대원 등이 수습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70대 후반 택시기사가 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해 15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로 65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자 생계 문제와 이동권 침해 소지 등으로 반납률은 2%대에 불과하다. 고령 운전자 능력 검증 강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36.4% 급증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7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072건에서 2024년 4만2,369건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0만9,654건에서 19만6,349건으로 줄었다. 반면 고령 운전자 사고 비율은 같은 기간 14.8%에서 21.6%로 뛰었다. 전날 인천 서구 마전동 도로에서도 65세 운전자가 20여 명이 있던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전북 정읍시에서도 70대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으로 상가 건물을 들이받아 2명이 다쳤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안전을 위해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운전자 면허 반납 시 교통비 지원금을 지난해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2배 올렸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는 3만1,800명으로 전년(2만4,950명) 대비 27.4% 증가했다. 시는 올해 약 3만5,000명이 면허를 반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이 늘수록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연구원은 고령자의 면허 반납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고령자 사고율은 0.02142%포인트 감소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고령자 면허 반납률이 1%포인트만 증가해도 사고가 203건씩 줄어드는 효과(2024년 기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사는 오모(64)씨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며 "매월 적절하게 교통비를 지원받으면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 반납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률은 2%대
하지만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저조하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건수는 2020년 7만6,002건(2.1%), 2021년 8만3,997건(2.1%), 2022년 11만2,942건(2.6%), 2023년 11만2,896건(2.4%), 2024년 11만4,436건(2.2%)이다. 택시 등 생계 유지를 위해 운전이 필수인 고령자가 많다. 생업이 아니더라도 지역 내 이동을 위해 운전이 필요한 고령자도 적지 않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김모(68)씨는 "지역은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운전을 하지 않으면 병원이나 마트에 가기 힘들다"면서 "지원금을 준다고 면허를 반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양평에 사는 권모(70)씨도 "지역에 사는 노인들은 운전을 안 하면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다"며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하면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운전면허 반납 외 △조건부 운전면허제(야간 운전 금지, 최고 속도 제한 등) △면허 적성 검사 강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조기 도입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9년부터 고령 운전자 대상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을 의무화했다. 서울연구원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시 일회성 현금 지원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실버 택시 바우처, 고령자 전용 순환 셔틀 운영 등 다른 이동 대안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