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 여주시 구양리에서 전주영 이장이 새마을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지난달 31일 찾은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의 작은 마을인 구양리. 점심시간이 되자 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 옆 ‘구양리 새마을식당’으로 모였다.
배식대에는 곧 김치찌개와 잡곡밥, 김치와 나물 등 반찬이 놓였다. 밥과 반찬을 양껏 담은 주민들은 작은 식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주민들끼리는 안부를 물었고, 평소 자주 보는 주민들끼리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무엇을 할지 등 소소한 대화를 나눴다.
점심시간에 새마을 식당을 찾는 주민은 많게는 40명에서 적게는 20명 정도다. 전체 마을 주민이 120여 명(70여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찾는 이가 많은 편이다. 이곳에선 점심 한 끼를 ‘무료’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다 31일 경기 여주시 구양리 새마을식당에 모인 주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식당 바로 옆에는 ‘행복버스’ 정류장이 있다. 행복버스는 구양리로부터 5km 떨어진 시내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다. 매일 오전 9시 15분~30분 정기 운행하며, 이외에는 2명 이상의 수요가 있을 때 운행한다.
고령층이 많은 구양리에선 주로 병원을 가야하는 주민들이 행복버스를 많이 찾는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마을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구양리 주민들이 이처럼 무료 식당과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2024년 11월 이 마을에 생긴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구양리는 마을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팔아 주민들을 위한 무료 식사, 무료 셔틀버스 운행 등에 전액 사용 중이다.
정부의 ‘햇빛소득마을’(태양광 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마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구양리는 마을회관, 체육시설, 창고, 잡종지 등 마을 공동 소유 부지에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주민들 스스로 발전시설 건립 자금을 전액 마련했다는 점이다. 전체 사업비 16억7000여만원의 10%는 마을 공동체가 부담했다. 나머지 90%는 금융권 등으로부터 융자를 받았다. 국비와 도비, 시비 등은 들어가지 않았다.
경기 여주시 구양리 마을 체육시설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김태희 기자
태양광의 특성상 발생하는 수익의 편차는 크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고 흐린 날이 많은 한겨울에는 월 1500여만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고 비가 잘 오지 않는 초여름에는 월 3400여만원의 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관리비 및 각종 고정비용으로 매달 11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태양광 수익이 가장 적을 때도 매달 흑자를 내는 셈이다.
구양리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도 태양광 수익을 독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혜택 역시 모든 주민에게 고르게 돌아간다.
전주영 구양리 이장은 “어느 누가 출자하게 되면 그 비율에 따라 몫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누가 더 가져가는지를 놓고 갈등하게 되지 않겠냐. 구양리는 마을이 태양광을 소유하고 있는 개념이라 특정인에게 혜택이 쏠리지 않는다”며 “마을 주민 모두를 위해 공평하게 쓰이다 보니 초기에 반대했던 이들도 이제는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전 이장은 “무료 식당, 무료 버스를 운영하면서 마을 주민들끼리 만나고 접촉할 기회도 많아졌다”며 “오히려 마을 전체의 공동체 의식이 향상되고 그만큼 활력도 생겼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구양리를 ‘극찬’한 바있다. 최재관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 대표는 “주민들에게 고정적인 수익을 안기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공동체 마을 발전소야말로 농촌소멸·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