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루빈 GPU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인공지능(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세계 증시를 움직이는 신호등이 됐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 가전쇼(CES 2026)’에 등장한 그가 내놓은 한 마디 한 마디에 각종 종목의 주가가 출렁였다. 기폭제는 기조연설이었다. 황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토리지(저장장치)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며,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전 세계 AI 작업 메모리를 저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그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이 발언 직후인 6일 미국 반도체 스토리지 기업인 샌디스크 주가가 27.56%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스토리지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테크놀로지도 각각 16.77%, 14%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10.02% 급등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황 CEO가 쏘아올린 반도체 낙관론에 힘입어 뉴욕증시도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9% 오른 49462.0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0.62%, 0.65% 뛰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 도중 벤츠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황 CEO의 말 한마디가 주가 추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날 그가 벤츠와 협업해 엔비디아의 새 자율주행 플랫폼인 ‘알파마요(Alpamayo)’를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올해 도로에 투입하겠다고 깜짝 발표하자 경쟁사인 테슬라 주가는 4.14% 하락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을 꺼내며 “냉각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45도의 물로 냉각이 가능하다”고 밝히자 냉각기 관련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소를 지었다. 황 CEO가 6일 별도로 연 미디어·애널리스트 질의응답 도중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따로 언급하면서다. 그는 “엔비디아는 최초의 HBM4 소비자이고 당분간 다른 고객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한동안 HBM4의 유일한 핵심 고객이라는 이점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HBM4 공급망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기업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장 초반 ‘14만 전자’와 ‘76만 닉스’를 각각 돌파했다.
지난해 CES 때도 황 CEO의 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그가 양자컴퓨터의 활용 시기를 두고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평가하자 관련 기업인 아이온큐와 리게티컴퓨팅의 주가가 각각 39%, 45% 급락했다. 그랬던 그가 불과 5개월 만에 “양자컴퓨터가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말을 바꾸자 관련 주가 다시 반등하는 일도 있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의 입에서 언급된 특정 기업과 산업으로 수급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탈 변화보다 단순한 언급 여부를 갖고 주가가 움직이는 테마성 장세가 짙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