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에서 25% 넘는 증가율
서구화된 식생활·운동부족 영향
‘거북목’ 인한 경동맥 박리도 원인
서구화된 식생활·운동부족 영향
‘거북목’ 인한 경동맥 박리도 원인
뇌혈관질환은 지난해 국내 사망원인 중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높은 사망률도 문제지만 사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환자에게 심각한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뇌졸중은 60대 이상 환자 비율이 높다. 그러나 일반적인 뇌혈관질환의 최근 증가율을 보면 젊은 연령층의 여성에게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젊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뇌혈관질환에 대해선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라 부르는 질환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아울러 일컫는다. 전체 뇌졸중의 80%를 차지하는 뇌경색은 혈관 벽 내부에 지방 성분과 염증 세포가 쌓여 동맥이 딱딱하게 굳는 동맥경화가 주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나머지 20% 정도를 차지한다. 뇌출혈 중에서는 고혈압으로 손상된 뇌혈관이 파열되는 뇌내출혈과 뇌혈관에 생긴 꽈리 모양의 동맥류가 터져 일어나는 지주막하출혈 등이 있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인 동맥경화는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고혈압이 있으면 가속화되기 쉽다. 동맥경화 때문에 좁아진 혈관에는 혈액 속 혈소판 등 찌꺼기가 달라붙기 쉬워지고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이 혈전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떨어져서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산소 공급이 막히면서 뇌 손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심장질환이 있을 때도 뇌졸중 위험은 커진다. 심장의 심방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 때문에 빠르고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심방세동이 있거나 심장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판막증 등의 질환을 앓을 경우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장질환이 있으면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뇌혈관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하고 웃을 수 없다면 의심
두통·언어장애 등 증상 감지 땐
4시간30분 골든타임 내 내원을
뇌혈관질환에는 뇌경색·뇌출혈 외에도 뇌혈관 벽이 약해져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나 뇌의 주요 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모야모야병 등이 포함된다. 이들 질환은 최근 젊은 연령층에서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뇌혈관질환 증가율을 성별·연령별로 분석했을 때 80세 이상 남성(33.9%)에 이어 30대 여성(27.3%), 20대 여성(25.8%)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환자 수는 고령층에서 더 많았지만 젊은 여성 중에서 눈에 띄는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김현곤 분당제생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서구화된 식생활, 스트레스, 운동부족,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의 변화로 20~30대에서도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건강검진의 영향 때문에 조기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뇌졸중의 가장 큰 원인인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흡연·음주 등 생활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뇌출혈 역시 고혈압과 과도한 음주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금연은 필수적이며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등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생활을 유지해야 이들 질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현곤 과장은 “특히 흡연은 혈관 내 혈전 생성을 촉진하고 동맥경화를 심화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찾아오는 사례가 많은데 뇌졸중이 발생하면 두통, 마비, 언어장애, 의식저하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후유증으로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연령층에서 만성질환 같은 위험인자가 없는데도 뇌졸중이 발생할 경우 목을 지나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요 혈관인 경동맥이 찢어지는 경동맥 박리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목 옆부분 경동맥이 지나는 부위를 과도하게 누르거나 꺾으면 일시적으로 뇌 혈류가 감소해 어지럼증과 시야의 흐려짐,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경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경동맥의 혈관 벽을 이루는 여러 겹의 막 가운데 일부가 강한 충격이나 압박으로 찢어지면 피가 혈관 벽 틈새로 유입돼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증상이 생기거나 찢어진 부위에 혈전을 형성해 뇌경색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목이 앞으로 기울어 ‘거북목 증후군’을 겪을 경우 경직된 목을 주무르거나 스트레칭하려다 경동맥에 심한 압력을 가하기 쉽다. 경동맥 박리가 생겨도 초기에는 목과 얼굴, 머리 등의 통증 정도만 나타날 때가 많지만 점차 박리가 더 심해지면 뇌 혈류 감소로 말하기가 어려워지거나 시야에 이상이 느껴지고 팔다리 감각이 둔화되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실신과 어지럼증, 눈꺼풀 처짐, 동공 축소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최재혁 대동병원 뇌혈관센터 과장은 “목을 무리하게 꺾거나 압박하는 행동은 삼가고 갑작스러운 머리·목 통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뇌는 혈류를 통한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빠르게 손상되고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우므로 뇌졸중 증상을 감지했다면 ‘골든타임’ 4시간30분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졸중을 조기 감별하려면 ‘이~’ 하고 웃을 수 있는지, 양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발음이 어눌해졌는지,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지를 살펴보고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에 일분일초라도 빠르게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뇌 손상을 줄일 수 있으므로 뇌졸중이 의심되면 그다음 할 일은 환자를 응급실로 빠르게 이송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