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부터 위헌제청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의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탄핵심판 과정에서 재판부 기피 신청, 형사재판 도중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막판 증인 신청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1년 넘게 재판 ‘시간 끌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내란 혐의 재판은 지난해 1월 기소 후 만 1년이 지나서야 1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을 때부터 다양한 방식의 소송지연 전략을 펴왔다는 게 중론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월 정계선 헌재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 헌재가 하루 만에 만장일치로 기각하자 이번에는 24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다. 당시 재판관 8명 중 2명의 임기가 4월에 만료되면 유례없는 ‘6인 체제’ 선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윤 전 대통령 측이 이를 노려 시간 끌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법원에 총 3차례(내란 사건 2회, 체포방해 사건 1회)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을 받는 당사자는 자신에게 적용된 법률에 위헌성에 대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이 심판 제청을 결정하면 당사자가 헌재에 직접 제기하는 헌법소원과 달리 진행되던 재판이 중지된다. 재판 중지를 통해 구속기간 만료(1심 6개월) 후 석방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각 재판부는 제청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방해 재판에서는 증인신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이미 내란 재판에서 증인신문이 진행된 조성현 육군 대령 등의 추가 증인신청을 시도했다. 추가 증인신문 없이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재판부의 입장에는 거듭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구속기간 내 선고 원칙을 지키겠다며 지난달 26일 재판을 종결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재판 전략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진행된 재판에서의 양상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받던 5개 재판은 모두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중지된 상태다.
이 대통령 측은 2024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2심 재판부에 두 차례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2심은 심리 끝에 이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위헌제청 신청은 기각했다. 이 대통령 측이 2심에서 증인 13명을 신청한 것 역시 소송 지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재판부는 “부득이한 경우만 필요한 신청을 해 소송지연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밝혔고, 13명 중 3명만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대통령 측은 2024년 12월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재판부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피 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은 4개월간 중단됐다가 법원이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재개됐다.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재판 지연을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