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밝히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헌금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강선우 의원의 1억 원 공천 헌금 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한 김병기 의원이 이번엔 3,000만 원 현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의혹들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감찰하지 않은 채 덮어버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하지 않는다며 집권세력의 불신을 자초할 중대 사안이다.
2024년 총선 직전 민주당에 제출된 탄원서에 따르면, 전 동작구 구의원 A씨는 2020년 3월쯤 김 의원 측에 1,000만 원을 전달했다가 3개월 뒤에 돌려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전 구의원 B씨는 2020년 설 명절을 앞두고 김 의원 아내에게 2,000만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돈은 5개월 뒤 돌려받았다고 한다. 이 탄원서는 2024년 총선 예비후보검증위원장 겸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 의원의 자격 문제를 당 지도부에 전하기 위해 작성됐다고 한다.
문제는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작성된 탄원서를 당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다. 탄원서를 당에 전달했다는 이수진 전 의원은 “당대표실에 줬지만 대표실에서 윤리감사실을 통해 (의혹 당사자인) 김병기 의원에게 줬고, (탄원서를 작성한) 2명을 끝내 안 불렀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당시 김 의원은 이 대통령 측근으로 수석사무부총장 등 핵심 당직을 맡고 있었다. 김 의원은 “사실 무근의 투서”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성을 띤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지도부와 윤리감사실이 간여된 탄원서 처리 과정은 비상식적이다. 당의 명확한 소명이 있어야만 한다.
정청래 대표는 김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 조사를 지난달 25일 지시한 바 있다며 “어느 누구도 성역일 수 없다”고 했다. 일련의 공천비리 의혹에 대한 당의 엄중한 조치와 자정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집권여당의 신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사안의 성격상 당 조사나 경찰 수사로 의혹 해소가 어렵다는 건 불문가지다.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특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