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입증 부족' 전부 무죄… 항소 시한 2일
대통령, 총리 나서 '檢 조작기소' 공개 발언
유족 측은 "법리 오해"… 트럼프에 서신도
검찰 고심… 법조계선 "사실상 수사지휘"
대통령, 총리 나서 '檢 조작기소' 공개 발언
유족 측은 "법리 오해"… 트럼프에 서신도
검찰 고심… 법조계선 "사실상 수사지휘"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왼쪽부터)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항소 제기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심에서 '형사처벌에 이를 정도의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 속에 전부 무죄가 선고됐으나, 일부 쟁점에 대해선 상급심 판단을 구해볼 여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항소 시한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도 검찰 내부 의견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선 정치권의 압박이 사실상 수사지휘로 작용하면서 검찰의 독립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이날까지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이뤄진 선고에 대한 항소 시한은 이달 2일까지다. 수사·공판팀에선 일부 범죄사실을 두곤 사실 오인,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더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판결문이 700쪽 상당에 달하고 쟁점이 많아, 결재 라인을 오가며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잇따른 공개 발언이 검찰에 부담을 준 점이 지연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국가정보원이 고발, 검찰 기소로 이어졌다. 수사 과정에선 법원이 혐의 소명을 어느 정도 인정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된 바 있다. 무죄 선고 후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해 결국 무죄가 났는데, 없는 사건을 수사해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 시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같은 날 김 총리도 "검찰은 항소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앞서 고발을 취하했다.
1심 재판부는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피고인들의 SI 첩보(특별취급정보) 삭제 관련 은폐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정부의 '월북 판단' 발표는 성급했을지언정 가치평가나 의견 표현에 해당해 허위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라'는 지시를 어기면서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점과 달리, 해당 명령 전부터 첩보 삭제가 이뤄진 점 등 일부 사실관계 모순과 국가기관의 발표가 갖는 무게 및 합리적 추론의 적정선에 대한 의문 등이 남아있다.
시각물=김대훈 기자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통상 항소 여부 결정엔 수사·공판팀의 의견, 피해자 의사 등이 존중된다"며 "구체적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이야기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이어 "차라리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 서면 수사지휘를 하고 사안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편이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때엔 노만석 당시 총장 대행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씨 유족 측은 항소 제기를 촉구하고 있다. 형사절차를 통해 '월북몰이'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1심 논리는 개인의 사적 의견과 국가의 공식 발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한 법리 오해에서 출발하며, 국가의 표현 선택이 초래한 인권 침해와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문제를 법리 판단의 영역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단순 무죄 판결 수용 차원을 넘어 국가의 잘못된 판단과 표현으로 훼손된 한 국민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과 김 변호사는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키로 협의했다. 2일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송부 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신엔 "정권 성향에 따라 동일한 사실이 월북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다시 월북으로 뒤집히는 시도의 대상이 돼 고통을 견뎌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1심 무죄 판결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은 국가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은 커녕 고위층 피고인 보호와 항소 포기 방향으로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 중심 발언을 하는 등 국가 폭력, 인권침해가 가해지고 있다" 등 호소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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