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사진=연합뉴스
지난 칼럼에서 수도권 집값을 잡기 어려운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도권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원인을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주택 공급 탄력성, 극도로 낮아
500명의 학생이 있는 어느 학교에 급식을 하려면 빵이 500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학교에 50명이 새로 전학을 오면 어떡하면 될까? 빵을 50개 더 구우면 된다. 하루에 550개만 구워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20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 하루에 530개만 구우면 된다. 그러면 빵이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의 증감에 따라 공급을 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을 “공급탄력성이 높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교실은 공급탄력성이 낮다. 학생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 예측되었다면 미리 교실을 지을 수 있지만 그 학교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갑자기 학생이 몰려든다면 대책이 없는 것이다. 교실을 단시일 내에 증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전학을 가버리면 남는 교실을 부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수요 증감에 비해 공급의 증감이 쉽지 않은 것을 “공급탄력성이 낮다”라고 한다.
그러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의 공급탄력성은 어느 수준일까?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경제학에서 낮은 공급탄력성을 설명할 때 예로 드는 것이 바로 주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것이 아파트다. 아파트는 착공에서 완공까지 최소 3년이 걸린다.
예를 들어 2026년부터 공급(착공)을 늘리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내어놔도 시장에 아파트가 공급(완공)되는 시기는 빨라야 2029년부터이다. 이런 이유로 공급계획은 최소한 3년 후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비례하는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후에 공급 계획을 세운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3년간은 공급 부족 현상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위 표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8년간 월평균 착공 물량을 정리해 놓은 표이다. 표의 왼쪽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그래프는 2018~2021년 착공분으로 3년간의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 2024년에 완공된 물량이다. 지난 4년간 입주한 아파트는 착공 기준으로 월평균 3만3438채라는 뜻이다. 이에 반해 오른쪽에 연한색으로 표시된 그래프는 (과거에 착공했지만) 현재와 미래에 완공될 물량이다. 다시 말해 2025년부터 2028년에 입주할 물량이다.
그런데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26년부터는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과거 4년간(2018~2021년) 평균치에 비해 2026년에는 50%, 2027년에는 32% 그리고 2028년에는 51%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향후 3년간은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하게 아파트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아파트 지어도 수익 안 나는 건설사
그러면 2022년부터 왜 이렇게 아파트 착공 물량이 급감했을까? 이전 정부에서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서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착공 물량이 적은 이유를 인허가 때문이라고 가정하면 현 정부 들어서도 착공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정확한 원인은 민간 건설사들이 인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수익성과 관련이 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주택 시장은 싸늘히 식기 시작했다. 새로 분양을 해도 분양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아파트를 새로 지을 건설사는 없다. 실제로 2022년 하반기부터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여 2022년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미분양 물량은 285%나 늘었다. 1만7710채에 불과하던 미분양 물량이 6만8148채나 된 것이다. 5만여 채가 넘는 물량이 팔리지가 않아 시행사와 건설사의 자금 부담을 압박한 것이다.
시장이 이렇게 싸늘히 식어가자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건설사에 대한 PF 대출을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파트를 짓고 싶어도 지을 자금이 부족하여 착공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경기침체로 야기된 공급 부족 현상이 앞으로 몇 년간 주택시장에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모든 지역의 집값이 똑같이 오를까? 그런 것은 아니다.
100가구가 사는 A라는 마을에 주택이 110채가 있다고 가정하자. 가구수에 비해 주택이 이미 10채나 남는 상황이다. 이런 마을에는 주택이 예년보다 적게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그 영향을 적게 받는다. 주택은 빵처럼 단시간 내에 먹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멸실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빈집이 이미 많이 있기 때문에 공급이 몇 년 줄어든다고 해도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100가구가 사는 B라는 마을에는 주택이 97채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도 가구수에 비해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몇 년간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늘어나는 수요를 소화시키지 못하면서 B마을의 집값은 크게 오르게 될 것이다.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이미 충분한 재고(높은 주택보급률)를 가지고 있는 A마을보다는 현재도 주택 부족 현상(낮은 주택보급률)을 겪고 있는 B마을의 공급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A마을은 어디이고 B마을은 어디일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5%이다. 가구수보다 주택수가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난다.
비수도권의 대도시 지역(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의 경우는 103.1%이고 농어촌 지역이 많은 기타 지방(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의 경우는 110.6%나 된다. 경북 지역의 경우는 무려 113.1%가 넘는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97.1%에 불과하고 특히 서울의 경우는 93.6%에 불과하다. 가구수에 비해 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러니 비슷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럼 반대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 집값은 어떻게 반응할까? 보급률이 높은 지역의 경우는 이미 남아도는 집이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공급과잉이라도 집값 하락의 기폭제가 된다.
이에 비해 주택보급률이 낮은 지역은 약간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예를 들어 100가구가 사는 지역에 주택이 90채만 있다고 하면 이 지역에 5채가 공급된다고 하여도 주택 부족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택보급률이 낮은) 수도권 집값이 공급과잉의 영향은 적게 받고 공급 부족 현상의 영향은 많이 받는 것이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어려운 이유가 공급 측면에서 바로 이것이다.
결국 수도권에 공급 폭탄을 계속 퍼부어야 언젠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왜 이리 낮을까? 그동안 집을 많이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을 지으려면 땅이 필요하다. 서울은 이미 기존 집들로 꽉 차 있기 때문에 기존 집을 부숴야 새 집을 지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해서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소유주 입장에서는 새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맞지만 주택시장 전체로 볼 때 서울에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 없이는 서울에서 획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 안전 자산으로서의 서울 아파트의 위상을 보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인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