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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최소 1,535명 의사 부족 추계
윤 정부 1만5,000명보다 쪼그라들어
의사계, 유리한 안 담으려 표결 제시
김태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계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태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계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추계위는 특정 직역이 과반인 구조다. (미래 의사 수요를 예측할)객관적 모형, 변수를 과반(투표)으로 정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지난해 8월 12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1차 회의. 정현선 위원(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의 목소리엔 짙은 우려가 깔려 있었다. 이날 모인 추계위 위원들은 미래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할지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총 15명 중 8명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공급자(의사계) 측이 추천한 인물이어서다. 자칫 의사계가 머릿수로 결론을 밀어붙이면 그들의 의도대로 추계 결과가 정해질 수 있다는 게 정 위원의 견해였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추계위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2040년까지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이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통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때 사용할 핵심 변수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시도하며 내세운 근거인 '2035년 의사 1만5,000명 부족'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부족 의사 수를 적게 예측할수록 의사 정원을 늘릴 명분이 줄어든다. 이번 추계 결과는 적어도 윤석열 정부 때보다 의사계에 유리하게 나온 셈이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사계 추천 위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안을 전날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날 서울 중구 디타워에 모인 추계위원 15명 사이에서는 끝장 토론으로 결론을 짓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수평선을 그렸다. 의사계는 "표결로 국민에게 공개할 추계 결과를 결정하자"고 주장한 반면 비의사계 쪽은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맞섰다.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를 줄이려는 의사계와 늘리려는 비의사계 간 기싸움이었다.
만약 표결에 부치면 전체 위원 중 과반을 점한 의사계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았다.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부분은
미래에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지(의사 수요)였다.
의사계는 인구 구조 반영 방식(조성법), 비의사계는 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ARIMA·아리마) 모형이 더 정확한 추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계 결과 못 받겠다던 의협, 기류 변화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조성법은 2024년 기준 성·연령별 1인당 의료 이용량이 앞으로 유지된다는 가정과 장래 인구 추계를 적용해 의료 이용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2024년의 70세와 미래의 70세가 1년 동안 똑같은 횟수로 병원을 찾을 것으로 본다.
다만 미래엔 병원을 이용하는 노인 인구 자체가 늘어 의사 역시 현재보다 많이 필요하다는 게 조성법의 결론이다.


아리마는 과거 의료 이용량 추세를 전망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조성법보다 미래 의사 수요를 더 크게 본다. 2024년 당시 70세의
연간 병원 방문 횟수가 10회였다면 미래의 70세는 의료 발달, 건강보험 변화 등으로 병원을 더 찾아 의사가 그만큼
부족해진다는 논리다.


회의가 정회를 거듭하자 김태현 추계위원장(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이 제안을 했다. 각 위원들이 선호하는 복수의 모형을 적고 과반 이상을 얻으면 공개하자는 것이다. 일종의 '표결'이었다. 이를 통해 의사계 위원들이 밀던 조성법이 과반 득표를 했다. 2035년과 2040년 부족 의사 수 하한선인 1,535명, 5,704명은 이렇게 정해졌다. 반면 '2040년에 최대 1만8,7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의사계의 아리마 모형이 추계한 결과는 의사계 위원들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이보다 적은 1만1,100명 부족 추계안(아리마 모형의 다른 결과)이 최대치로 결정됐다.
의사계의 반대로 향후 필요한 의사 수가 7,00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추계위 결과를 두고 의협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사 노동량, 생산성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검토가 충분치 않은 결과가 발표돼 유감"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는 듯한 모양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하지 않고 있다.
의협이 추계위 추계를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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