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제위원장이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청래 대표의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 접견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뉴스1
“죄송하지만 국민의힘에나 있을 일 아닌가.”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불거진 강선우 민주당 의원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논란에 휩싸였다. 컷 오프(공천 원천 배제) 대상이던 김경 서울시의원이 강 의원 보좌진 측에 1억원을 건네며 구제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 의원에 대한 공개 비판이 이어지는 등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할 때보다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 대변인은 “선거의 모든 승패는 투명한 공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래서) 공천 시스템을 엄격하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온 민주당이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건 너무 충격적”이라고 했다. 친명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경 시의원이 돈을 주고 공천을 받으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하다. 녹취록을 보면 행위의 발단이 강 의원에 의해 시작됐다”며 “(윤리감찰단에서) 강 의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전날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다. 뉴스1
이러한 당내 분위기는 지난 7월 강 의원이 장관 후보자일 때와 대조적이다.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던 정 대표는 이른바 ‘변기 청소’ 보좌진 갑질 의혹이 제기됐을 땐 강 의원을 적극 엄호했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강 의원이 낙마한 후에는 “강선우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겠다”고 적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 대표는 1억원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 30일 곧바로 강 의원을 윤리 감찰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박 대변인은 “갑질 의혹 때와는 크기가 다르다”며 “대표가 이 문제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당 전체가 시스템을 의심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공세도 거세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0일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에 가깝다”며 “돈을 받는 즉시 범죄가 되기에 강 의원은 물론 이를 눈감아 준 김 전 원내대표는 응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고발장을 배당받아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