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대검찰청 소속 직원이 ‘윗선의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감찰 요청을 대검에 맡겼다가 ‘셀프 감찰’ 논란이 불거지자 다시 ‘자체 감찰’을 하기로 했다.
3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최근 오세원 대검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 공업연구사가 법무부에 제기한 감찰 사건을 법무부가 하기로 결정했다. 오 연구사가 법무부에 낸 감찰사건을 대검으로 보냈다가 이를 번복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결정을 이날 오 연구사 측에 알렸다.
앞서 오 연구사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직폭력배 연루 의혹이 담긴 편지를 감정했다. 이후 오 연구사는 감정 후 ‘조작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A선임 공업연구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오 연구사는 같은 해 12월 또 다른 사건의 문서 위조 의견도 묵살되자 검찰 내부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지난 10월부터는 국회 등 외부에도 알렸다. 오 연구사는 A연구관을 포함해 2022년 대검 과학수사부장이었던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4명을 ‘감찰해달라’고 법무부에 신고했다.
오 연구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관련 사실을 폭로한 만큼 내부 감찰이 진행되면 제보자 보호를 받기 어려울 것을 우려했다. ‘즉시 조치가 필요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등은 법무부의 자체 감찰 권한에도 해당하는 만큼 대검이 아닌 법무부에서 감찰이 진행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신고를 대검에 넘겼다. 이에 ‘셀프 감찰’ 논란이 제기되고 언론에도 알려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오 연구사 측에 직접 연락해 대검이 아닌 법무부에 감찰을 제기한 경위를 다시 물어봤다고 한다.
법무부의 결정 번복에는 권익위원회의 부패신고 처리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보인다. 오 연구사는 법무부에 감찰을 제기하면서 권익위에 부패신고도 했는데, 권익위는 지난 23일 “(감찰을 제기한) 4명의 업무처리 부적정에 대해 감독·감사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사건을 보냈다. 형법상 직무유기죄 등 수사는 경찰청으로 보냈다.
오 연구사를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실체적 진실 발견의 보조역할을 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감정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건인 만큼 법무부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감찰을 통해 책임자 징계 및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